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시즌 36경기 만에 '마무리 투수 서진용' 카드를 접는다.
힐만 감독은 14일 인천 KIA전에 앞서 "서진용에 대한 믿음과 신뢰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를 맡는 것에 대해 많은 기회가 부여됐지만 결과가 흔들렸다. 오늘부터 박희수가 마무리 투수로 투입된다"고 밝혔다. 힐만 감독은 서진용이 부진할 때 "어떤 훌륭한 마무리투수도 하루 아침에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 (메이저리그 통산 세이브 1위인) 마리아노 리베라도 그런 때가 있다. 충분히 길게 봐야 한다"고 힘을 실어줬지만 거듭된 부진 탓에 마운드 구상을 수정했다.
13일 KIA전이 결정타였다. 서진용은 3-1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실점하며 시즌 5번째 블론세이브(리그 1위)를 범했다. 1사 1루에서 최형우에게 홈런을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SK는 연장 11회 접전 끝에 3-5로 역전패했다. KIA전 이후 서진용의 평균자책점은 5.19까지 치솟았고,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1.44로 바닥을 쳤다. 속구 일변도의 단조로운 피칭이 발목을 잡았다. 위력적인 포크볼을 보유하고 있지만 승부처마다 속구를 던지다가 경기를 망쳤다.
힐만 감독은 "서진용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진다. 하지만 퀄리티 있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게 미흡하다. 조금 더 분발해야 한다"며 "적극적이고 자신 있게 원하는 위치에 공을 던질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컨트롤에 대해선 크게 문제가 없지만 단지 원하는 곳에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불펜에서 (중간계투로) 활용할 생각이다.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게 조금 더 편안한 상황에서 던지게 하겠다"고 밝혔다.
마무리 투수 자리는 주인이었던 박희수에게 돌아갔다. 통산 71세이브를 기록 중인 박희수는 지난해 26세이브를 올린 전문 불펜 투수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면서 팀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시범경기 부진이 겹치면서 서진용에게 보직을 빼앗겼다.
힐만 감독은 "WBC 때문에 시즌 초반 몸상태를 비롯해 준비가 안 됐다고 판단해 서진용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했다. 한 달 정도 지켜본 결과 컨디션을 많이 끌어올렸고,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박희수를 마무리 투수로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