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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596. 나의 한 표
지금까지 한 표가 역사를 바꾼 일화는 많다. 1629년 영국의 국왕 찰스 1세는 폭정을 휘두르다 청교도혁명으로 사형을 당한다. 그의 사형을 결정지은 의회의 투표 결과는 68대 67, 단 한 표 차이었다.
1923년 나치당 총수 선거에서도 히틀러가 단 한 표 차이로 총수에 당선돼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뜨도 의회의 투표 결과 360대 361로 처형이 결정됐다. 단 한 표차로 그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1645년에는 올리버 크롬웰이 단 한 표 차이로 승리해 잉글랜드 연방정부의 통치권을 갖게 됐고, 1701년 조지 1세 역시 단 한 표 차이로 왕위에 등극했으며, 1800년 토마스 제퍼슨은 단 1표 차이로 제 3대 미국 대통령이 된다. 당시 인구수나 의회 상황을 고려한다면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이 모두 한 표가 만들어낸 사건들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사사오입 개헌 사건’이 발생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중임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헌법개정안을 국회 표결에 부쳤는데, 참여한 203명 가운데 찬성 135표, 반대 60표, 기권 7표가 나와 개헌 정족수에 단 1표가 부족해 부결이 선포됐다. 그러나 자유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사오입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개헌안이 가결됐다고 선포해버린 것이다.
투표에 참여한 203명의 3분의 2는 ‘135.333…’이니 반올림을 하면 135명이 되기 때문에 개헌에 필요한 수는 136이 아닌 135라는 주장이었다. 단 한 표 때문에 만들어낸 억지 논리로 이승만은 제3대 대통령에 당선되지만 이후 3·15 부정선거와 4·19혁명으로 결국 하야해 미국으로 망명하고 만다.
인간은 창조·선택·반성이라는 동물과는 다른 세 가지 능력이 있다. 창조는 자동차·비행기·기차 등 수없이 많은 것을 만들어낸다. 인간은 창조의 자유가 있지만 물질에 집착하는 이기심이 작동할 때 결함이 생긴다.
두 번째는 선택이다. 사람·종교·반려자를 선택할 자유가 인간에게는 있다. 만약 잘못된 선택을 했을 경우 반성하고 뉘우치는 능력도 갖고 있다. ‘내가 왜 그랬을까’하면서 후회하고 다시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대선을 바라볼 때 큰 의미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다. 합격자도 불합격자도 없다. 무상이라는 불교적 의미로 보면 결국 당선자도 낙선자도 없다는 것이다. 오직 대화합과 조화를 향한 영원한 전진의 땀 흘림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행사한 한 표가 어떤 결과를 만들었든 거대한 역사의 힘은 이미 작용한 것이다.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는 돌고 있다. 결과에 우리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인간이 행한 모든 것은 이미 역사의 작용이며 이 모든 것을 순리에 따름이다.
한 표의 결과는 단지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행사한 한 표는 한국의 역사를 바꾸는 큰 힘이 됐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합과 조화로 나아가는 정의로운 전진의 길을 가고 있다. 이제는 한 사람을 믿고 그 사람에게 힘을 보태 대한민국에 닥친 큰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때다. 역사와 하늘의 큰 뜻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인정해야 한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