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에서 KIA와 한화를 제외한 8개 구단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감사보고서를 공시한다. 한화는 올해부터 공시를 중단했고, SK는 올해 첫 공시를 했다. '스포츠단' 체제인 LG와 kt는 농구, e-스포츠, 사격,하키 등 타 종목 선수단과 통합돼 있다. 올해 공시된 2016년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 2년 간 프로야구단 운영 현황을 들여다 봤다.
▶삼성='9위 그리고 100억원 감소'
지난해 삼성은 창단 이후 최악인 9위에 그쳤다. 올해도 부동의 최하위다. 2011~2015년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의 급격한 몰락이다. 삼성의 감사보고서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하나 있다. 2015년 삼성 구단은 선수단운영비로 424억원, 경기출전비로 6억6000만원을 지출했다. 지난해엔 각각 329억원과 1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두 항목 감소액은 100억원에 이른다.
최대 주주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지분율 67.5%)으로 변경된 이후 '씀씀이가 줄었다'는 평이 수치로 확인된다. 회계전문가 A씨는 "고액 연봉 선수가 줄줄이 빠져나갔지만, 100억원씩이나 운영비가 줄어들긴 어렵다. 아마 과거의 '메리트'가 선수단 운영비가 포함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10개 구단은 지난해 가외 수당인 메리트 지급을 금지하기로 의결했다. 선수들은 반발했다. 삼성 선수단도 마찬가지였다. 운영비 감소가 성적 하락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삼성의 부진은 지출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 매우 힘들 수 있다는 걸 방증한다. 감사보고서상 삼성 구단은 매출 증가와 지출 감소를 동시에 추구하는 듯 보인다. 매출액은 706억원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하지만 선수단운영비 뿐 아니라 임직원 급여도 전년 대비 8억원이나 줄었다. 다만 매출액 증가는 '지원금' 성격인 특수관계자 매출이 104억원 증가한 게 가장 큰 이유다.
▶넥센='당기순이익 190억원'
프로야구단의 190억원 흑자는 기록적이다. 2015년 삼성이 당기순이익 256억원을 기록하긴 했다. 하지만 이해 삼성 구단은 자산 처분으로 영업외 수익 42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46억원 적자였다.
넥센 관계자는 "박병호와 강정호의 포스팅 수입이 2016년 집계됐다. 190억원 흑자는 일시적인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팅 수입 200억원을 제외하면 매출과 비용이 비슷해진다. 하지만 앞선 5시즌 평균 당기순손실 43억원과 비교하면 상당한 호전이다. 고척스카이돔 입주 효과를 봤다. 모기업이 없다는 제약은 오히려 적극적인 광고 판매 등 마케팅 활동으로 이어졌다.
비용도 줄었다. 임직원 급여가 60억원에서 36억원으로 감소했다. 2015년 급여에는 이장석 대표와 남궁종환 부사장의 인센티브 17억원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이 금액에 배임 혐의를 적용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회계전문가 A씨는 "넥센의 경우 수입 구분이 운동장, 광고, 기타로 단순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NC='자체매출비율 58.7%, 넥센 제외 1위'
모기업 의존도를 낮추며 비교적 건실한 2016년을 보냈다. 총매출은 7억원 감소했다. 광고수입이 266억원에서 245억원으로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모기업인 엔씨소프트와의 거래액이 208억원에서 16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모기업 지원을 줄이고, 다른 매출을 실현했다는 의미다. 구단 자체매출비율[(총매출-특수관계자매출)/총매출)]은 58.7%로 넥센을 제외한 구단 중 가장 좋았다.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기타수입은 81억원에서 86억원으로 늘었다. 구단 관계자는 "중계권 등 KBOP 수입 분배금(57억8000만원)에 한국시리즈 진출로 포스트시즌 배당금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기업 지원금은 박석민의 FA 계약으로 2015년 일시적으로 올랐다. 지난해에 평소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매출 100억원 증가, 모기업 의존도는 더 높아져'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은 2016년 매출 100억원 증가를 이뤄냈다. 당기순손실도 2015년 74억원에서 15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내실은 그만 못했다. 두산 구단은 광고수입을 사업수입 안에 포함시킨다. 총매출의 69%인 사업수입이 276억원에서 360억원으로 증가한 게 매출 상승의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사업수입에서 특수관계자 거래액이 크게 늘었다. 지배회사인 (주)두산및 기타 그룹 관련사에서 발생한 매출이 193억원에서 244억원으로 증가했다. 모기업과 계열사에서 전해보다 51억원을 더 부담해 적자를 메워준 셈이다. 적자 감소분(59억원)과 비슷한 금액이다. 그룹 내 거래내역 비율 변화는 흥미롭다. 2015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101억원, 두산중공업이 78억원이나 두산 구단의 매출을 책임져줬다. 그러나 2016년엔 (주)두산이 108억원, 두산중공업이 109억원을 부담했고, 두산인프라코어는 19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한때 두산그룹의 핵심계열사로 분류된 두산인프라코어지만, 최근 경영악화와 구조조정으로 야구단 지원 금액도 함께 줄였다.
올해는 추가 수입이 발생한다. 잠실구장 펜스광고계약 금액 중 11.7%인 16억7425만원을 받는다. 지난해까진 잠실구장 광고 수입은 100% 서울시가 행사했다.
▶롯데='적자 158억 감소, 이대호 영입의 이유'
지난해 롯데는 66승에 그쳤다. 2015년과 같은 승수다. 하지만 경영 면에선 대폭 개선됐다. 구단 매출액이 사상 최고인 421억원이었고 당기순손실도 2015년 159억원에서 1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입장매출이 56억원에서 62억원으로 늘었고, 상품매출(17억원→18억원)과 회원매출(4억6000만원→5억9000만원)도 소폭 상승했다. 무엇보다 총매출의 59%를 차지하는 광고매출이 2015년 193억원에서 지난해 247억원으로 28% 늘었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지난해 롯데 프런트에서 공격적으로 광고 영업을 했다"고 전했다.
2007년 158억원이던 롯데의 매출액은 2008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 영입 뒤 야구 붐이 일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8년 251억원, 2009년 302억원이 됐고, 2012년엔 401억을 달성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2013년 이후 성적과 매출이 동반 하락했다. 2013~2015년 매출액은 340억~360억원 대에 그쳤다. 매출 감소와 비용 증가가 결합돼 적자도 증가했다. 올해 이대호와의 다년 고액 계약은 성적 하락을 계속 방치할 경우 경영도 크게 악화된다는 현실 인식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롯데는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매출 171억원, 매입 36억원이 발생했다. 매출액을 모기업 지원금으로 볼 때 '순 지원금'은 135억원으로 총매출액의 32% 가량이다. 2000년대 후반 롯데는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자력 경영'이 가능한 구단으로 꼽혔다. 야구 열기가 높은 전국 2위 대도시 부산이 연고지다.
한편, 감사보고서에서는 2013년 외국인 선수 스캇 리치몬드와 7억1000만원 상당의 임금청구 소송이 2014년부터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