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인왕 신재영을 배출한 넥센이 또 하나의 히트 상품 투수를 만들어냈다. 주인공은 프로 2년 차 '싸움닭' 최원태(20)다.
최원태는 17일까지 8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4패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 중이다. 1군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성적(2승3패 평균자책점 7.23)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새 외국인 투수 오설리반이 기량 미달로 퇴출되고, 에이스 밴헤켄이 어깨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넥센이다. 그럼에도 5할 승률에서 떨어지지 않은 동력 중 하나가 최원태의 호투다.
매치업으로 보면 더 의미 있는 활약이다. 최원태는 최근 상대팀 에이스나 외국인 투수와 맞대결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넥센은 1선발 밴헤켄이 두 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빠졌고, 오설리반마저 시즌 초반 팀을 떠나면서 선발 로테이션 조정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4~5선발 자리에 있던 최원태가 사실상 1~2선발 역할을 하고 있다.
쉽게 밀리지 않는다. 최원태는 4월 15일 광주 KIA전에서 양현종을 상대로 7이닝 5실점하며 버텼다. 피안타가 11개로 많았지만 효과적인 투구 수 관리(89구)로 최대한 이닝을 끌어 줬다. 5월 3일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리턴 매치에선 7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7이닝 7피안타 무실점한 양현종의 벽을 다시 한 번 넘지 못했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투수전을 연출하며 이름 석 자를 알렸다.
4월 27일에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인 마이클 보우덴(두산)과의 매치업에서 8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따냈다. 보우덴은 4이닝 6피안타 4실점 패전. 5월 10일 마산 NC전에선 선발 7연승에 도전한 제프 맨쉽을 상대로 6이닝 7피안타 3실점하며 쾌투했다. 하지만 득점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면서 시즌 4패째를 당했다. 지난 16일에는 고척 한화전에서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와 맞대결해 8이닝 1실점(비자책) 완벽투로 3경기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5회 1사까지 퍼펙트로 한화 타선을 막아냈다.
최원태는 최근 6번의 선발 등판에서 '승률 100%' 양현종과 2번 만났고, 상대 외국인 투수와 4차례 승부를 펼쳤다. 까다로운 경기 일정 속에서도 차근차근 승리를 추가하고 있다. 승리를 따내지 못하더라도 경기마다 최소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이닝 이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다. 16일까지 국내 투수 중 이닝 소화 1위.
어려움은 없을까. 그는 "이겨 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