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게임 업계의 열악한 근로 환경이 사실로 드러났다. 장시간 근로에 임금 체불까지 자행되고 있는 것이 최근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의 기획근로감독에서 확인됐다. 대박만 좇으며 직원들의 근로 환경은 외면해 온 게임 업계에 자성과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게임업계, 장기간 근로·임금 체불 다반사
고용부는 장시간 근로 의혹이 제기된 국내 유명 게임 업체인 넷마블게임즈 등 12개사에 대한 기획근로감독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넷마블게임즈 등 게임 업체 12곳의 근로자 3250명 중 2057명(63.3%)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6시간을 더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법정 노동 시간은 주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합쳐 52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게임 업체 근로자들은 이보다 6시간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부는 게임 업체들의 장시간 근로가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봤다. 그 이유로는 신규 게임 출시 전 업무 과중, 초과 근로 관행, 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을 꼽았다.
또 게임 업체 12곳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근로자에 대해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임금 체불액은 무려 44억여 원이나 됐다.
고용부 측은 "계약서에 명시된 근로시간보다 실제 근로시간이 많은 경우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근로기준법 규정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게임 업체별 체불 임금 규모를 보면 넷마블게임즈와 계열사들이 많았다. 넷마블게임즈 12억2175만3000원, 넷마블네오 10억3714만3000원, 넷마블넥서스 2억5156만8000원, 넷마블몬스터 4억9484만7000원이다.
고용부는 게임 업체들에 체불 임금 전액 지급 등 위반 사항을 시정할 것을 지시했다. 또 근로자 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거나 근로계약서에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9곳에 대해 총 29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시정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로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열악한 근로 환경 핫 이슈로… 개선 목소리 커져
고용부가 게임 업계의 장시간 근로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게임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근로 환경에 대한 문제도 크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 등 국내 유명 게임 업체에서 직원들이 자살 또는 돌연사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열악한 근로 환경이 원인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크게 일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게임 업계의 노동환경 실태를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토론회를 열었다. 또 같은 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게임 업계의 야간 노동 현실을 '디지털단지에 오징어 배가 뜬다'는 말로 비판하며 이슈화했다.
이에 일부 게임 업체들은 근로 환경 개선에 나섰다. 넷마블게임즈는 지난 2월 야근 및 주말 근무를 금지하고 탄력근무제도를 도입하는 등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전면 도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업계 전체로 퍼져 나가지 못하고 있다. 위메이드 자회사인 위메이드아이오는 지난 4월 중순께 신작 게임 개발이 끝날 때까지 8개월간 야근을 강제하고, 토요일과 공휴일에도 정상 근무하는 '크런치 모드'를 지시했다가 큰 비난을 샀다. 이뿐 아니라 게임 업계의 근로 환경 개선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형우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게임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법정 근로시간 준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근로조건 위반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번 근로 감독을 계기로 자율적인 근로 환경 개선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협회는 고용부와 함께 게임 업체가 근로 환경 개선안을 시행하도록 하고 일정 기간 전일제 근로자를 시간선택제로 돌려 근로시간 단축에 나선 사업주에 대해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넷마블게임즈도 이날 "이번 기회에 직원들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반드시 준수하고 IT 콘텐트업의 특수성으로 인한 오랜 관행을 바로 잡는데 모범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