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영광의 역사에는 언제나 '위대한 캡틴'이 존재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에는 홍명보(48)라는 절대적 카리스마가 있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는 묵묵한 박지성(36)이 중심을 잡았다. 부드러운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은 동메달을 목에 건 2012 런던올림픽의 리더였다.
4강을 목표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 나선 한국 U-20 대표팀 캡틴은 이상민(19·숭실대)이다. 2015 칠레 U-17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 번 월드컵 주장 완장을 찼다.
그는 위대했던 주장 선배들 뒤를 이어 또 다른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21일 대표팀 훈련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만난 이상민은 "U-17 월드컵에서 주장으로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다. 이번 대회는 후회 없이 치를 것"이라며 "주장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가 목표했던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상민의 주장 리더십은 구자철과 비슷하다.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밝은 분위기를 이끈다. 그는 "구자철 선배님이 런던올림픽 때 주장으로 팀을 잘 이끌어 좋은 성적을 냈다. 나 또한 그런 모습을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닮고 싶은 롤모델은 홍명보다.
이상민과 홍명보는 비슷한 부분이 있다. 홈에서 열리는 월드컵 주장이라는 것과 중앙 수비수라는 포지션이다.
그는 "주장 롤모델은 홍명보 감독님이다"며 "리더십이 뛰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주장으로서 무게감도 엄청났다. 카리스마 역시 뛰어나다고 들었다. 운동장 안에서 만큼은 이런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포지션이 홍명보를 더욱 닮고 싶게 만들었다. 이상민은 "홍명보 감독님도 중앙수비수였다"며 "홍명보 감독님처럼 주장이 흔들리지 않아야 팀이 흔들리지 않는다. 수비가 안정돼야 좋은 공격을 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상민에게 주장 완장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그라운드에서 완장을 차고 뛰는 선수는 단 한 명이다. 그만큼 확실한 책임감이 있다"며 "주장이라서 더 집중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선수들도 나를 믿고 팀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주장의 품격을 드러냈다.
이상민은 지난 20일 기니와 A조 1차전에서 무실점을 이끌었다. 수비가 약하다는 선입견을 깼다. 주장의 다음 임무는 23일 아르헨티나와 2차전 무실점이다. 그는 "무실점 경기를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주=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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