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신인급 투수들의 패기가 KBO리그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축 투수의 부상 공백으로 기회를 얻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두산은 외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선발진 한 자리가 비었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최근 고민을 덜었다. 2017년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신인 투수 박치국(20)이 대체 선발로 나서 당차게 던졌다.
박치국은 19일 KIA전에서 선발 데뷔전을 가졌다. 4이닝 동안 6안타를 맞고 5실점을 했다. 김 감독은 기록보다 내용에 주목했다. "젊은 투수들은 볼을 남발하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가운데로 던질 때가 많다. 그런 투구는 승부가 아니다. 하지만 박치국은 마운드 위에서 공격적이다. 볼넷보다 피안타가 낫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음 로테이션에도 박치국을 포함시킨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불펜에도 '영건'이 가세했다. 2015년 제69회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끈 선린인터넷고 출신 이영하(20)다. 2016년 1차 지명 선수인 그는 입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19일 KIA전 7회말 마운드에 올라 늦은 데뷔전을 가졌다. 선두타자 로저 버나디나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1실점 했지만 KIA 주축 타자인 김주찬과 최형우를 각각 삼진과 땅볼로 잡아냈다.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는 퓨처스팀에서 받은 보고보다 공이 더 빠르고 좋았다.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싹수가 보이는 두 투수 덕분에 사령탑이 고무됐다.
올 시즌 KBO리그는 유독 신인급 투수들이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LG는 현재(23일 기준) 1군 엔트리에 2년 차고졸 투수 김대현(20)과 유재유(20)가 포함돼 있다. 두 선수 모두 지난해 이상훈 LG 피칭아카데미 원장의 조련을 받았다. 2016년 1차 지명 선수 김대현은 6번 선발 등판하며 데이비드 허프의 공백을 메웠다. 등판마다 기복은 있지만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인다. 볼넷을 3개 이상 내준 경기가 없다. 강상수 투수 코치는 "배운 것을 잘 흡수하는 편이라 더 성장할 선수다"고 평가했다.
2017년 1차 지명 선수 고우석(19)도 있다. 우완 정통파인 그는 입단 첫 해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며 일찌감치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데뷔전이던 4월 16일 kt전에선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허프가 부상에서 복귀하며 퓨처스팀으로 내려갔지만 불펜 강화가 필요하면 언제라도 콜업될 수 있는 투수다.
롯데는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관심을 보이던 2017년 1차 지명 윤성빈(18)이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아직 1군에서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다. 하지만 2차 3라운드에 지명된 강동호(23)가 1군 엔트리에 포함돼 있다. 우완 정통파 투수로 뛰어난 신체조건(189cm·118kg)에서 내리꽂는 속구가 일품이다. 11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 중이다.
이밖에 삼성은 2년 차 최충연(20)이 꾸준히 선발 수업을 받고 있고 2017년 1차 지명 장지훈(20), 2차 1라운드 최지광(19), 3라운드 지명 투수인 김시현도 도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ins.com 사진은 롯데 강동호, 두산 박치국, LG 김대현(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