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설경구가 얼핏 봐선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캐릭터의 옷을 입었다. 17일 개봉했고 제70회 칸 국제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에서 범죄조직 1인자를 노리는 재호 역을 맡았다. 겉으로는 가벼운 웃음을 던지지만 알고보면 냉혈한이다. 교도소에 신참으로 들어온 임시완(현수)을 만나면서 의리를 쌓지만, 끝까지 100% 상대를 믿지 못 하고 의심한다. 영화는 범죄조직, 조폭, 언더커버 등 그동안 한국 범죄액션물에서 자주 봤던 소재들이 난무하지만, 설경구의 캐릭터 변신만으로도 일단 영화가 시작부터 다른 그릇에 담긴 느낌이 든다. 조폭이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끔한 슈트 스타일을 선보인다. 슈트핏을 위해 체중감량을 했고, 시원하게 이마를 드러낸 올백 스타일까지 했다. 그동안 설경구의 전작에선 볼 수 없었던 비주얼을 최대한 강조한 모습이다.
-'불한당'을 선택한 이유는. "언더커버, 잠입 등 한국영화에서 그동안 많이 봐왔던 이야기들을 왜 또 내가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감독이 날 설득했다. 그동안의 영화와 다른 방향으로 갈거라고 했다. 사실 원래 알던 사이도 아니고 감독의 말이 거짓말일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설득 당했다. 변 감독은 말을 유려하게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더 믿음이 가더라. 소주 한 잔 하면서 대화를 하는데 영화에 대해서 화려하게 포장을 잘 하지도 못 하고, 자신의 생각을 어눌하게 말하는데 그 점이 오히려 솔직해 보이고 좋았다. 영화에 대한 열정도 많고, 패기도 강하고, 약간 꼴통 같은 스타일인데 좋았다. "
-믿음에 대한 보답을 받았다. '불한당'으로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부문에 에 초청됐다. "감독과 두 번째 만났을 때 '당신이 말한대로 영화가 다른 영화와 차별점이 없으면 안된다. 그럼 가만안두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감독이 '왜 협박을 하세요?' 그러더라.(웃음) 칸에 초청됐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감독이 내게 했던 찻 말이 '이제 저 안 죽여도 될 것 같은데요'였다. 칸에 갔으니깐, 인정 받은거니깐."
-해외 영화제 초청은 오랜만이다. '박하사탕' 이후 17년 만에 칸에 간다. "'송어'가 도쿄영화제에 갔고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이 영화제에 초청됐다. 무슨 운이 그렇게 많았는지(웃음). 그래서 어릴 땐 영화를 찍으면 다 영화제에 갈 수 있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한동안 못 가다가 이번에 오랜만에 칸에 가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불한당'은 솔직히 칸에 초청될 거라고 예상을 못 했다. 감독도 그러지 않았나. 칸에 가는 건 얻어걸린 거라고. (웃음) 칸엔 몇 번 가봤지만,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되는건 이번 영화가 처음이다. 예전에 '박하사탕'으로 칸에 갔을 때 뤼미에르 극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이번에 뤼미에르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된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다른 범죄액션 영화와 다른 '불한당'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감정에 더 집중한 영화인 것 같다. 보통 영화에선 사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 언더커버 소재를 사용하는데 이 영화는 전혀 다른 길로 간다. 요즘 내 개인적인 욕심에 여운이 남는 영화를 하고 싶은데, 이 영화가 그런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