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초롱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던 이영표(40) KBS 해설위원은 축구 중계를 시작한 뒤 '점쟁이 문어'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이 해설위원의 예상이 족족 들어맞아 생긴 별명으로, 2010 남아공월드컵 때 스페인 우승을 예측했던 '점쟁이 문어' 파울에 빗댄 것이다.
물론 이 해설위원은 파울과 달리 찍어서 맞힌 '예언'은 아니었다. 한국 축구 전설이었던 선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한 분석을 더해 득점을 예상하고 경기의 흐름과 우승 후보까지 족집게처럼 맞혔다.
브라질월드컵은 물론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그리고 2017 U-20 월드컵에서도 이 해설위원의 '예언'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별리그 A조 2차전 경기에 앞서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이긴다고 예언했다. 이 해설위원의 말대로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2-1 승리를 거두고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조별리그 최종전 잉글랜드와 경기가 열린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난 이 해설위원은 또 한 번 '예언'을 했다.
그는 이번 대회 한국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지금이 우승할 적기"라고 답했다. 그는 "결승에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최소한 4강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하며 "일단 분위기가 매우 좋다. 이처럼 좋은 분위기에 홈 이점까지 더해졌으니 흐름을 다 합치면 우승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자신의 소견을 밝혔다.
단순히 분위기만으로 한국의 우세를 점친 것은 아니다. '철저한 분석' 뒤 나온 확신이다.
이 해설위원은 "세계 강호들의 수준이 낮아지고 한국 수준이 높아지는 시기가 잘 겹쳤다"고 말문을 열었다.
"마커스 래쉬포드(2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이 나잇대에서 세계 최고로 꼽히는 선수들은 오지 않았다. 압도적인 팀이 없다"고 얘기한 그는 "반면 지금 우리 대표팀의 수준은 매우 높다. 객관적 전력과 조직력을 비교해 봐도 냉정하게 말해 한국은 이번 대회 톱5 안에 든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다른 팀들이 100% 전력을 꾸리지 못한 반면 한국은 '바르셀로나 듀오' 백승호(20), 이승우(19)를 비롯해 최상의 전력을 갖췄다.
잉글랜드전처럼 로테이션이 아니라 한국이 베스트 전력을 가동했을 때 얘기다.
이 해설위원은 "상대팀들의 전력을 따져 보면 한국이 이기지 못할 팀이 없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모두 승리할 수 있는 팀이고, 한국은 그만한 우위를 가질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실력에 굳은 믿음을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한국은 신태용(47) 감독을 중심으로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라는 확고한 팀 컬러를 만들어 냈다. 이 해설위원이 선수로 뛰며 '4강 신화'를 일궈 냈던 2002년의 '선수비 후 역습'과는 또 다른 장점을 가진 팀이다.
그는 "2002년 당시 우리는 수비에 일단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신태용팀은 볼을 빼앗으면 곧바로 빠르게 역습에 나선다. 이게 2002년과 지금의 차이"라며 "이처럼 한국이 가진 최고의 강점은 빠른 역습이다. 스피드가 엄청나다. 여기에 정확성도 갖췄다. 뒤에는 수많은 관중들의 응원이라는 홈 이점까지 있다"고 분석했다.
'예언가' 이영표가 "이 나이 때 선수들은 기복이 심하다는 변수가 있지만 그래도 4강 이상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