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강조하면서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은행들은 '비정규직이 없다'며 정규직화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실상 비정규직인 별정직·파견직 비중이 높다. 별정직원은 외국계 은행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파견직원은 은행권 모두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SC제일, 사실상 비정규직 별정직원 비율 최고
2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6대 은행의 별정직원 수는 총 2736명이다.
별정직원은 대부분 무기계약직으로 은행 영업점 내 청원경찰 등이 포함돼 있다. 계약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아 비정규직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임금이나 복지 등에서는 정규직과 다른 처우를 받고 있어 '중규직'으로 분류된다.
별정직원이 가장 많은 곳은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으로 외국계 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SC제일은행의 별정직원 수는 877명으로 전체 임직원 4152명 중 21.1%를 차지했다. 한국씨티은행은 639명의 별정직원을 고용하고 있어 전체 임직원 3557명 중 18%를 차지하며 두 번째로 많았다.
이는 나머지 4대 은행의 별정직원 비율이 0~3%대 수준인 것과 크게 차이 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별정직원은 550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3.9%였다. 이어 국민은행이 424명(2.1%)·KEB하나은행 149명(1.1%)·우리은행 97명(0.6%) 등 순이었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1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SC제일은행은 이번 1분기 당기순이익이 1014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 291억원보다 248.4% 급증했다. 전 분기 194억원보다는 422.7%나 증가했다.
한국씨티은행도 올 1분기에 당기순이익 6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4%, 전 분기보다 25.6% 증가했다. BIS 자기자본비율도 18.92%로 지난해 1분기보다 2.09%포인트 올랐다.
대부분 은행들, 파견 직원 많아
은행 내 파견직원은 업체를 불문하고 모두 높았다.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은행들은 한목소리로 비정규직이 없다고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른 것이다.
대부분 은행들은 과거에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비정규직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2007년 3076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2013년과 2014년 대규모의 정규직 전환을 단행했다. KEB하나은행도 구 외환은행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지난 2015년 313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남아있는 비정규직은 대부분 회계사나 변호사, 세무사 등 고액 연봉을 챙기는 직원들"이라며 "저임금의 계약직원은 은행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고용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받는 직원들은 여전하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하도급업체와 고용 계약을 맺고 청소나 운전·비서 등에 정원 외 인원으로 분류되는 파견직원을 쓰고 있다.
전체 임직원 가운데 파견직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SC제일은행이 제일 높았다. 별정직원과 함께 파견직원 비중도 6대 은행 중 가장 높은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SC제일은행의 직원 외 인원은 742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17.9%를 차지했다. 한국씨티은행은 257명(7.2%)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모두 파견직원이 1000명 이상에 달했다.
신한은행의 직원 외 인원은 2032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14.4%를 차지했다. 이어 국민은행이 2003명(10.0%)·우리은행 1751명(11.7%)·KEB하나은행 1675명(12.1%) 등 순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고 일부 은행에서는 일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파견직원을 고용한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고 협력업체에서는 이 대금으로 파견직원에게 임금을 준다. 은행에서 근무하지만 고용 형태는 직접 고용된 다른 은행 직원들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최근 일부 은행들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했다고 밝혔지만 몇 해 전부터 노사 간 합의가 된 내용"이라며 "대부분의 은행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할 비정규직 고용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청원경찰이나 청소 노동자 등 용역으로 고용되는 직원들에 대한 근로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