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석(36)과 이하늬(34)의 인생작이 탄생했다. 16일 종영한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으로 인생작과 인생캐릭터를 완성했다. '김지석이 과연 연산군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우려가 제기됐던 상황. "이번 작품은 내게 인생작이자 인생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던 김지석의 자신감은 호평이 되어 돌아왔다. 국악을 전공한 이하늬는 장구춤은 물론 노래, 가야금 연주를 수준급 실력으로 소화해내며 예인 장녹수를 입체감 있게 그려냈다.
-종영 소감은. 김지석 (이하 김) "오지 않을 것 같은 끝이 왔다. 빨리 나로 돌아가고 싶다. 7개월 동안 극과 극을 오갔더니 머리가 어지럽다. 냉탕이나 온탕이 아닌 미지근한 물에 있고 싶다." 이하늬 (이하 이) "끝난 게 아직 실감이 안 난다. 7개월 정도 얼굴을 보다가 배우들이나 스태프들 얼굴을 못 본다니 보고 싶다."
-인생작을 경신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 "제작발표회 때 자신했었는데 그건 일종의 나 자신을 향한 선전포고였다. 그 이후로 정말 죽기 아니면 살기의 마음으로 했다. 이번 작품은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김지석이 저런 연기도 하는구나!', '의외다' 이런 반응을 많이 봤다.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
이 "과찬인 것 같다. '역적' 대본을 볼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 멋있는 대사들을 써주실까?' 생각했다. 황진영 작가님께 황송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했다. 김진만 감독님은 한 장면마다 디테일하게 담아주셨다. 정말로 할 맛 나는 현장이었다. 그래서 내가 아닌 다른 누가 들어왔어도 잘 해냈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만 이하늬라는 배우가 가진 색깔에 맞춰 기존과 다른 장녹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순수 열정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더 그랬다."
-숨겨둔 패를 꺼낸 느낌이다. 이 "드라마 현장 시스템 안에서 언제 또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녹수에게 맞는 신들을 부각시킬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며 작가님과 협의했다. 연마하고 있으면 작가님이 적재적소 신에 넣어주셨다. 그래서 보다 수월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장구춤 같은 것도 작가님이 넣고 싶다고 4~5개월 전부터 얘기했었기 때문에 배우로서 준비를 안 할 수 없었다. 거의 70~80%는 준비했던 것들을 작품에 담아낼 수 있었다. 예인 장녹수 부분이 나와야 했기 때문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할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오랫동안 아꼈던 인간 이하늬가 가지고 있었던 재능을 잘 녹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고 인간이 고뇌할 수 있는 부분을 잘 담아낸 작품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런 작품을 만났다는 게 배우로서 큰 축복이었다."
-파트너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 "(이하늬가) 제일 좋았다. 의지를 많이 했다. 안 그래도 녹수가 연산을 품에 안는 입장이지 않나. 그래서 실제로도 많이 의지했다. 더구나 현장에 30대인 배우는 우리 둘뿐이었다. 그래서 친구처럼 더 편하게 얘기를 나누곤 했다. 워낙 스스럼없는 친구라 편했다."
이 "지석 오빠의 맹렬한 눈빛에 무언가가 담겨 있는 걸 보고 불꽃 같은 연산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론 유쾌한 장난꾸러기다. 말도 안 되는 포인트에서 빵빵 터진다. 사람들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막내 동생 같은 느낌이다."
-두 사람의 키스신이 화제였다. 김 "우리 키스신보단 길동(윤균상·채수빈)이네가 부럽더라. 연산과 녹수는 사랑이 베이스가 아니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만나서 할 수 있는 신체적 행위에 가까웠다. 그래서 하면 할수록 꽁냥꽁냥한 길동과 가령의 키스신이 굉장히 부러웠다" -연산군을 연기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낀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김 " 안하무인이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는데 실제로 그러한 삶을 살아본 적 없다. 그래서 그런지 연산을 연기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근데 촬영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되게 공허하더라. '혼술'이 늘었다. 외롭고 위로받고 싶더라. 용포를 벗으면 원래의 나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굉장히 액티브 한 사람인데 연산을 연기한 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아 주변 사람들이 걱정한다. 부모님도 걱정이 많으시더라."
-녹수는 애절함부터 표독스러움까지 다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이 "공화였을 때부터 돌을 맞아 죽을 때까지 여정을 함께 했는데 녹수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조선시대 관기로 태어났다. 성적인 아픔부터 시작해서 양반들에게 얼마나 희롱을 당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 공화로 태어났다면 어떤 삶을 살고 선택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연기했다."
-남자친구인 윤계상도 본방사수를 했나. 이 "안 봤으면 역적 아닌가.(웃음) 작품 할 때는 서로 격려하고 응원한다. 직업이 둘 다 배우이기 때문에 서로 존중한다. 배우끼리 만나면 단점보단 장점이 많은 것 같다. 힘든 부분도 많지만 모니터링을 해주고 서로의 조언자가 되어주는 게 굉장히 든든하다."
-결혼 적령기를 넘겼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이 "사람은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럴 때가 슬며시 찾아왔을 땐 놓치고 싶지 않다. 아직은 일을 조금 더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응당 해야 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선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아무래도 역적인가보다.(웃음) 아직은 일하는 것에 만족감이 크기 때문에 결혼 자체에 대한 생각은 크지 않다."
김 "돌아갈 때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물리적인 집이 아니라 가정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멋 모를 때는 '2년 안에 결혼해야지'라고 했지만 그게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숫자로 정의 내릴 수 없고 대상이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나서 편견을 깨는 연기를 하고 싶다. 그런 재미를 이번에 제대로 느꼈기에 또 도전하고 싶다."
이 "이번 작품을 통해 '진짜 우리나라 시청자분들의 선구안이 이 정도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진정 드라마를 끌고 가는 건 시청자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더 정신 차려서 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로 보답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ins.com 사진=김민규 기자·제이스타즈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