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두 달여가 지난 KBO 리그에서 1차 지명 출신 선수들이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 최근 3시즌 사이에 소속팀에 가장 먼저 지명된 특급 유망주들이다.
올해 넥센 1차 지명 신인인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팀이 치른 전 경기에 출장하면서 29일 현재 타격 8위에 올라 있다. 두산이 지난해 1차 지명으로 뽑은 투수 이영하는 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1군에 올라와 마침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8일 잠실 kt전에서 시속 150㎞ 강속구를 뿌리면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들의 등장은 소속팀과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가장 쏠쏠한 수확을 거둔 팀은 '신인왕의 산실' 넥센이다. 투수 최원태(2014년), 포수 주효상(2015년), 외야수 이정후(2016년)가 현재 모두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원태는 올해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당당히 꿰찬 것은 물론, 28일까지 넥센 전체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64⅔이닝)을 소화했다. 주효상 역시 주전 박동원의 백업 포수로 뒤를 받치고 있다. 내야수로 뽑힌 이정후는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팀의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넥센에 2년 연속 신인왕을 안길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LG 역시 2016년 1차 지명 선수인 투수 김대현이 맹활약하고 있다. 두산 이영하와 함께 2015년 선린인터넷고에서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이끈 투수다.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부상으로 빠져 있을 때 대체 선발투수로 투입돼 가능성을 보여 줬다. 현재 불펜에서 뛰고 있다. 올해 1차 지명 투수인 고우석도 입단 첫해인 올해 1군에 데뷔했다. 시속 150㎞ 강속구를 던져 화제를 모았다.
삼성은 2016년 1차 지명으로 뽑은 투수 최충연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 시즌 초반 붕괴됐던 선발진에 합류해 꾸준히 등판하고 있다. 지난 27일 고척 넥센전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면서 가능성도 보였다. 삼성의 젊은 선발 재목들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NC는 지난해 1차 지명으로 입단한 투수 박준영이 1군에서 활약했다. 지난해 32경기에서 1승 5홀드를 올리면서 33⅔이닝을 던졌다. 다만 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하고 있다.
kt는 마지막 신생팀이라는 특성상 신인 선수들이 다른 팀보다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다. 2014년 특별 우선지명으로 뽑은 주권이 선발투수로 꾸준히 수업을 받고 있고, 그해 1차 지명으로 뽑힌 투수 엄상백 역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육성 중'이라는 팻말을 붙여 놓은 팀들이 더 많다. KIA가 3년 연속 1차 지명으로 뽑은 투수 세 명은 아직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SK 역시 2014년에 뽑은 포수 이현석이 1군 14경기에 출전했을 뿐, 지난 2년간 데려온 투수 두 명은 감감무소식이다. 한화도 아직은 눈에 띌 만한 수확이 없다. 군 엔트리가 포화 상태인 팀들은 일찌감치 상무와 경찰에 입대시켜 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쓴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학창 시절 혹사로 인한 부상 선수도 여럿 나온다는 점이다. 삼성은 특히 올해 신인 투수 장지훈의 부상이 아쉽다. 장지훈은 시범 경기 때 배짱 있는 투구로 눈길을 모았고,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4경기에 출전한 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올해 최대어로 꼽혔던 롯데 윤성빈 역시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아직 2군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