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는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며 미다스의 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의 등장 당시 많은 이들이 신 PD가 KBS 예능국 출신임에 주목했다. 흔치 않은 이례적 행보였기 때문.
그리고 최근 두 예능 PD가 동시에 드라마에 도전하고 있다. KBS 2TV 금토극 '최고의 한방'의 유호진 PD와 tvN 월화극 '써클: 이어진 두 세계'(이하 '써클')의 민진기 PD가 그 주인공이다. 유호진 PD는 '최고의 한방'의 메가폰을 잡으며 "극 연출은 영상 연출자들의 꿈이다"고 말한 바 있다. 민진기 PD의 경우 tvN '롤러코스터' '푸른 거탑' 등 예능의 모습을 띤 드라마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 연출자다.
유호진은 '1박 2일'로 나영석 PD 만큼이나 얼굴이 널리 알려진 '반(半) 연예인' 스타 PD다. 그가 '최고의 한방' 메가폰을 잡는다는 소식은 방송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민진기 PD는 'SNL코리아' 시리즈를 꽤 오랫동안 만들어 왔다. 그는 'SNL코리아'의 시즌 8을 연출하다 중간 하차하면서까지 '써클'에 집중했다. 결과는 성공적. 두 사람은 기대 이상의 웰메이드 작품을 만들어 내며 호평받고 있다.
예능 출신 PD들은 드라마의 코믹과 진지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예능 연출 출신답다. 그럼에도 시트콤과는 다르다. '최고의 한방'처럼 예능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달리기도 하지만, 정극에 가깝다. 시트콤이 비극도 희극처럼 찍어 낸다면, 두 PD는 비극은 비극으로 연출한다. 허무맹랑해 보이는 판타지 요소도 잘 버무려 낸다. '최고의 한방'은 타임슬립, '써클'은 무려 외계인과 미래 세계가 소재임에도 설득력 있게 그려 낸다.
tvN 관계자는 "'써클'은 제작 방식이 여타의 정극 드라마와 차별화된다. 네 명의 작가가 공동 집필 형태를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기획에 참여해 주었고, 김진희·유혜미·류문상·박은미 네 명의 신인 작가가 민진기 PD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공동 집필을 통해 스토리 전반의 치밀함과 작품의 여러 가지 방향성은 물론 캐릭터 설정을 디테일하게 채우고 있으며 '써클'만의 반전 묘미를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고 전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각 출연자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듯, 드라마에서도 캐릭터를 확립하는 데 소질이 있다. 캐릭터 플레이는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는 데 좋은 방법 중 하나. 이에 대해 '최고의 한방'의 주인공 윤시윤은 "유호진 PD는 예능 연출이 처음이라곤 하지만 캐릭터를 만들고 부각시키는 일엔 베테랑이다. 이것이 우리 드라마의 장점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