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태인호(37)는 작품에서 보이는 것과 다른 순박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작품에선 날카롭고 야비하고 차갑고 까불거리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실제 모습에선 부산 사투리에서 느껴지는 구수하면서도 천진난만한 미소가 반전 매력을 불러왔다.
온전히 쉬는 건 오랜만이라는 그는 요즘 친구들과 만나 회포를 풀고 낚시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JTBC 금토극 '맨투맨'이 사전 제작 드라마였던 터라 지난 3월 모든 촬영이 끝났기에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것. '맨투맨의 종영을 앞둔 그는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간 것 같다.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작품 활동을 쉼 없이 하고 있다. 지치지 않나.
"가끔 지친다. '미생'이 끝나고 계속 작품을 했는데 띄엄띄엄 일이 있다 보니 편하게 쉬지 못했다. 타이트하게 일이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만족할 만한 성취감 역시 얻는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러다 보니 힘이 좀 빠지더라. 지금 '맨투맨' 끝나고 2달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있다. 오랜만이라 그저 좋다."
-2달의 휴식기 어떻게 보내고 있나.
"하고 싶었던 낚시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부산에 내려가서 친구들도 자주 보고 있다. 술을 별로 안 좋아해서 커피를 마시거나 맥주 한 잔 정도만 한다."
-태인호란 사람의 실제 모습은 어느 쪽에 가깝나.
"'미생' 속 성 대리나 '태후' 속 한석원 같은 인물처럼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다.(웃음) 모던한 스타일이다. 친구들을 만나면 까불기도 하지만 평소엔 조용한 편이다."
-2004년 영화 '하류인생'으로 데뷔했더라.
"부산에서 학교 다닐 때 신문을 통해 임권택 감독님의 오디션 소식을 접했다. 아버지가 임권택 감독님의 영화 '서편제'를 좋아하셔서 이름을 알고 있는 유일한 감독님이었다. 그래서 해봐야겠다 싶어 오디션을 보러 서울로 올라갔다. 단역 오디션이었는데 붙었다. 끝나고 봉투를 하나 주시더라. 10만 원이 들어 있었다.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임권택 감독님을 그 이후 만난 적 없나.
"영화 '영도' 때문에 부일영화제에 갔을 때 임권택 감독님을 멀리서 뵈었다. 15년 전 단역으로 영화 촬영에 참여할 땐 오버한다고 엄청 많이 혼났었는데 이젠 세월이 흘러 그런지 힘이 많이 빠지셨더라. 가까이 다가가 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날 기억 못 하실 것 같아 마음으로나마 '감독님 건강하십시오'라고 인사를 전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감은 얼마나 큰가.
"솔직히 말하면 만족감은 아직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주연이고 아니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미생' 하기 전엔 연극과 독립영화를 했다.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연기에 대해 토론했는데 그런 여건이 아니다 보니 헛헛함을 느끼는 것 같다. 올해엔 독립영화나 연극 같은 것들을 통해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다. 조금 더 채우고 싶다."
-본명이 박상연이더라. 태인호란 활동명은 누가 만들어줬나.
"이모가 어느 날 갑자기 '태인호'라는 이름에서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고 이 이름으로 쓰라고 하더라. 그렇게 이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엄마도 권해서 '미생' 하기 2년 전쯤부터 태인호로 활동했다. 할머니가 지어주신 박상연이라는 이름을 좋아하는데 아직도 태인호란 이름이 조금은 낯설다."
-유지태 감독의 영화 '내게만 보이는 남자'에 합류했더라.
"촬영이 아직 진행되진 않았다. 올 연말쯤으로 연기됐다. 드라마 '굿와이프'를 통해 유지태 선배님과 친해졌는데 석호와 제게 도와달라고 해서 단역으로 함께 출연하게 됐다. 유지태 선배님은 굉장히 아이처럼 순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
-결혼에 대한 생각은.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드는데 지금은 못할 것 같다. 조금 더 연기에 투자하고 싶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중압감이 들 것 같다. 아직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지금 바람 같아서는 2~3년 후에 하고 싶다."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내 모습을 볼 때 가장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말하는 것과 거리감이 많아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번엔 기회가 온다면 제주도에 사는 우체부 역할 같은 정겨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 단막극도 도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