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이 이끄는 이란은 아시아 최강 팀으로 우뚝 섰다. 케이로스 감독의 영향력이 만들어 낸 마법이다.
이란은 13일 새벽(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사르다르 아즈문(22·로스토프)과 메흐디 타레미(25·페르세폴리스)가 연속골을 성공시켰다.
이번 승리로 이란은 6승2무, 승점 20점을 기록하며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개최국 러시아와 남미 예선 1위를 질주 중인 브라질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이란이다.
또 이란은 사상 처음으로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새 역사를 만들었다. 이란은 그동안 네 차례(1978·1998·2006·2014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연속으로 진출한 경험은 없었다.
2011년부터 이란 지휘봉을 잡은 케이로스 감독 효과다. 6년간 장기 집권을 하면서 이란은 케이로스 감독의 컬러가 완벽히 녹아든 팀이 됐다.
최종예선은 언제나 치열했다. B조는 그렇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호주가 팽팽한 1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A조 상황은 다르다. 이란의 독주 체제가 구축됐다. A조에서 이란 라이벌 역할을 해 줘야 하는 한국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B조로 배정됐다고 해도 독주 체제가 가능했을 것이라 예상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이란은 아시아 1위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이란은 30위로 한국(43위)과 일본(45위), 호주(48위), 사우디아라비아(53위), 우즈베키스탄(62위) 등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란은 어떻게 아시아 최강의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많은 이유 중 핵심은 '수비'다.
케이로스 감독은 수비 전술의 대가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감독,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등 세계적 강팀 지휘봉을 잡은 이력이 있다. 그중 전략가로서 가치를 제대로 입증했던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였다.
그는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또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맨유의 수석 코치로 알렉스 퍼거슨(76) 감독을 보좌했다. 퍼거슨 감독과 케이로스 수석 코치 조합은 맨유를 세계 최강의 팀으로 성장시켰다. 이 시기는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 등을 품었던 맨유의 '황금기'였다.
전술가로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케이로스 수석 코치는 퍼거슨 감독의 절대 신뢰를 받았던 오른팔이었다. 그렇기에 맨유 선발 명단과 전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특히 수비 전술은 케이로스 코치가 전담하다시피 했다고 알려졌다.
많은 전문가들이 맨유 황금기의 단단한 수비력이 케이로스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런 케이로스 수석 코치를 퍼거슨 감독이 맨유 감독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다.
퍼거슨 감독과 케이로스 코치 맨유에서 입증된 케이로스 감독의 수비 전술이 아시아에서 통하지 않을 리 없다.
이란은 최종예선 8경기를 치르면서 8골을 넣었고 '0실점'을 기록했다. 아시아에서 실점이 없는 유일한 팀이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이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케이로스 감독 수비 전술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지난해 10월 11일 아시아 최고 선수 손흥민(25·토트넘)조차도 이란 수비 앞에서 9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에서 국민적 영웅 대우를 받는 이유다. 한국 팬들이 거스 히딩크(71) 감독을 대할 때와 비슷하다. 그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낼 때 이란 팬들은 기립 박수를 칠 정도로 추앙하고 있다. 이란 축구를 이토록 성장시킨 이를 향한 마땅한 반응이다.
이란에서는 영웅이지만 한국 팬들의 눈에는 '비호감의 아이콘'이다. 한국과 경기에서 항상 도발을 자행했고, 비매너로 일관하며 한국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축구는 이란의 비호감 감독을 부러워해야 할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