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은 '에이스'가 없을 때 또 다른 '키맨'을 만들어 낸다. 이런 면에서 카타르 대표팀은 한국 대표팀보다 훨씬 강하다.
14일(한국시간) 33년 만에 한국을 꺾은 카타르의 '실질적 에이스'는 하산 알 하이도스(27·알 사드)였다. 이날 결승골을 포함해 2골1도움을 기록한 그는 결정적 장면마다 위력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한국 수비진을 농락했다. 알 하이도스는 전반 25분 최철순(30·전북 현대)의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 그림 같은 궤적의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골키퍼 권순태(33·가시마 앤틀러스)가 꼼짝도 하지 못할 정도로 골대 오른쪽 구석을 정확하게 갈랐다. 이어 2-2로 맞서던 후반 30분에는 곽태휘(36·FC 서울)와 장현수(26·광저우 푸리) 등 한국 수비진의 뒷공간을 자유자재로 파고들면서 결승골을 완성했다.
그동안 카타르 '공격의 핵'은 세바스티안 소리아(34·알 라이안)라고 알려졌다.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이 이란에 패배한 뒤 "한국에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어서 졌다"는 말을 하면서 한국 내에서 이름값이 더 높아졌다. A매치 120경기 출전에 빛나는 '베테랑'인 소리아는 경고누적으로 한국과 8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호재를 만난 듯 "카타르 전력 분석을 모두 마쳤다"며 반가워했다. 하지만 소리아가 없는 기쁨은 누리지 못했다. 한국은 알 하이도스를 막을 대비책 하나 만들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
알 하이도스는 소리아가 사라지자 오히려 더 활개쳤다. '슈틸리케팀'은 알 하이도스의 빠른 발과 공격 전개를 막지 못하고 속수무책 당했다. 그에게 연결되는 패스를 차단하지 못했고, 손쉽게 뒷공간을 열어줬다.
한준희 KBFS 해설위원은 "카타르는 소리아가 없을 때 오히려 공격 루트가 더 다양해지는 것 같다. 알 하이도스는 소리아가 빠지면서 기술적인 역량이 더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생각해보면 앞선 3차전에서도 소리아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 선수는 사실 알 하이도스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를 차단할 빠른 선수를 중원에 배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명의 간판 공격수가 빠지면 또 다른 에이스를 만들어내는 기술. 이러한 카타르의 모습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톱 수준의 공격수 손흥민(25·토트넘)이 있으나 없으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슈틸리케팀과 대비를 이뤘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경기 내내 손흥민의 능력을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이날 역시 부상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손샤인'의 존재감은 제로에 가까웠다. 사령탑의 역량과 전술에 따라 대표팀 선수의 가치가 어떻게 평가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