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탄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노성로를 따라 10㎞쯤 가다 보면 왼쪽으로 외관이 독특한 건물이 보인다. KT&G가 운영하는 상상마당 논산이다. 상상마당은 KT&G가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과 육성을 지원하고 다양한 소통과 소비를 통해 예술인과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상상마당이다. 상상마당은 서울 홍대 인근, 강원도 춘천, 충남 논산 등 전국 3곳에 있다.
폐교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설로
KT&G 상상마당 논산은 원래 초등학교였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에 있던 한천초등학교가 학생이 감소하면서 폐교가 됐다. KT&G는 2011년 6월 이 폐교를 문화예술 체험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해서 오픈했다.
초등학교였다 보니 부지가 약 1만6700㎡에 이른다. 여기에 10개 동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다. 누구나 수시로 방문해 즐길 수 있도록 캠핑 사이트와 바닥분수대로 구성된 '아트캠핑빌리지' 청소년 수련시설이 들어선 '청소년 센터' 등이 있다.
조그만 시골 마을에 시설 좋은 수련 시설이 들어서자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개장한 첫해 1만4000명 정도 찾았던 상상마당 논산은 2년 후인 2013년에는 10배 가까운 13만여 명이 찾았다. 지난해에는 약 34만 명이 찾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KT&G가 대규모 투자를 하고 알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덕분에 지난해에는 여성가족부가 인증한 청소년 수련 시설 종합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좋은 시설도 자랑거리지만 대학교에서 청소년학과나 문화예술 관련 분야를 전공한 14명의 선생님들이 상주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도 좋은 등급을 받은 원동력이다.
18개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상상마당 논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프로그램이 알차서다. 창의적 체험활동과 진로 체험 등 흥미를 반영한 다양한 체험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이패드를 활용한 영화 제작 과정인 '상상쇼박스', 사진기를 사용하지 않고 사진을 만들고 암실에서 인화를 해 보는 '포토그램', 스튜디오에서 직접 노래를 녹음하고 음반으로 제작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상상레이블', 현직 래퍼와 함께 힙합 음악을 만들어 보는 '상상랩박스' 등이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8일에도 충남 원당중학교 학생들이 찾아와 마치 유명 가수가 된 듯 '상상레이블'과 '상상랩박스' 등을 체험하면서 즐거워했다.
또 '토이박스' '캘리컵스' '상상EDM' '상상크리댄스' '미디어 오리엔티어링' '별밤아트' '상상몬go' 등 18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있다.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학교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끼 함양 프로젝트 아트튜트링 '영화 과정'과 '사진 과정'도 있어 실무능력도 키울 수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배운 음악·댄스·퍼포먼스 등을 겨루고 프로 뮤지션들이 직접 축하공연 등을 펼치는 '드림하이콘서트'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논산 인근의 부여·공주 등 지역 문화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많다. '백제의 숨결이 금강을 따라 흐르는 곳, 공주'는 웅진시대의 백제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무령왕릉·국립공주박물관·석장리박물관 등을 찾아가 백제의 역사를 공부하게 된다.
이밖에도 논산이 배출한 유명 소설가인 박범신과 함께하는 인문학 탐방 '소풍'과 딸기와 매실 등 지역에서 많이 나는 농산물을 수확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예술과 캠핑의 만남, 아트캠핑빌리지
최근 들어 캠핑이 대세다. 캠핑 인구만 6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최근 몇 년 동안 대표적인 아웃도어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것이 캠핑이다. 상상마당 논산에도 캠핑 사이트가 있다.
상상마당 논산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캠핑장이 나온다. '아트캠핑빌리지'인데 평상시에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수대·샤워실·화장실 등을 갖춰 놓았다.
20면의 캠핑 사이트 중간에는 바닥분수를 만들어 놓았고 근처에는 어린이 전용 미니 풀장도 있어 언제든지 가족들이 찾아와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 캠핑장은 한 달에 두 번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특별한 캠핑장으로 변신을 한다. 공연이나 강연·이벤트 등의 차별화된 예술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오는 17일과 18일에는 드라이플라워를 이용한 나만의 캘리그래피 카드 만들기 체험이 준비돼 있다. 이미 지난 5월까지 어린이 플리마켓, 클레이 공예체험, 점토양초 만들기와 캠핑 공연, 소소한 영화 상영, 샌드 아트 등이 열려 성황을 이뤘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길게 펼쳐진 '아팅라운지'도 볼거리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모티브로 만든 카페 겸 어린아이책방·게임라운지·디자인숍이다. 주 중에도 인근 마을 주민이나 논산에서 온 가족들의 소소한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원혁 상상마당 논산 청소년 사업팀 팀장은 "상상마당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예술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면서 캠핑 등을 통해 가족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이석희 기자
이용 정보=아트캠핑빌리지는 설과 추석 연휴를 빼고 항상 문을 연다. 홈페이지(www.sangsangmadang.com)로 접속 후 예약해야 한다. 주 중 1박은 3만원, 주말은 3만5000원이다. 사이트만 빌려주는 것이기에 개인 캠핑 장비는 갖고 와야 한다. 오는 24일 문을 여는 미니 풀장은 캠핑족에게는 무료지만 개별적으로 이용할 경우 3000원을 내야 한다. 단체는 30명부터 이용이 가능한데 게스트하우스와 침대·온돌방과 식당도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기에 시설을 이용하려면 두서너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041-734-6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