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28)가 바닥을 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커브의 위력이 반감됐다.
레나도는 18일까지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5.56으로 고전하고 있다.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지난달 31일 대구 롯데전에선 4사구 8개(5⅓이닝 1실점)를 내주면서 흔들렸다. 경기 평균 소화 이닝이 4⅓이닝. 단 한 번도 6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고, 직전 등판이었던 17일 대구 SK전에선 2⅓이닝 4피안타 2실점하고 강판됐다.
표면적인 부진 이유는 떨어진 구속이다. 레나도가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평균 직구 구속은 시속 91.3마일(146.9km)이다. 지난해는 최대 95마일(152.9km)에 육박하는 직구를 던졌다. 하지만 KBO 리그에선 140km 안팎의 직구로 타자를 상대하고 있다.
17일 SK전에선 대부분의 직구가 130km 후반에 찍혔고, 2회 연속 타자 홈런(나주환·이재원)을 허용했던 구종과 구속은 모두 시속 137km 직구였다. 시범 경기 마지막 등판(3월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가래톳 부상을 당하면서 두 달 가까이 재활에 몰두했고, 그 이후 직구 스피드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루이지애나주립대시절 2009년 6월 NCAA 월드시리즈 텍사스대와의 경기에 등판한 레나도의 모습. 직구 위력이 반감되면서 커브의 쓰임새도 줄었다. 루이지애나 주립대를 졸업한 레나도는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고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보스턴이 팀 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계약금 255만 달러를 안겼을 정도로 기대감이 높았다.
지명을 앞두고 팔꿈치 부상으로 5주간 결장하기도 했지만, 무난하게 1라운드 지명에 성공한 비결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신체 조건(204cm·109kg)이 탁월했다. 그해 대졸 투수 최고 유망주로 분류된 미시시피 주립대 왼손 투수 드류 포머란츠(1라운드 전체 5번 지명, 196cm·109kg)보다 8cm 정도가 더 컸다. 그리고 커브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버핸드인 레나도는 큰 키를 활용해 낙차 큰 커브를 던졌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자신의 키를 최대한 활용해 활강하는 비행기와 같은 느낌을 준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직구를 던질 때와 비슷한 팔 움직임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2012년 1월 베이스볼아메리카(BA)가 평가한 보스턴 유망주 랭킹에선 마이너리그 최고 커브볼러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3년 동안 20경기(선발 14경기)를 뛴 레나도는 5승5패 평균자책점 7.01로 부진했지만 통산 커브 피안타율은 2할1푼대로 낮았다. 그만큼 위협적이었다.
현재 레나도의 커브 구속은 미국에서와 비슷하다. 꾸준하게 125km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직구 구속이 떨어지면서 변화구의 위력도 반감됐다. 커브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직구의 구속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 시절보다 시속 7㎞ 정도가 떨어진 직구의 미스터리를 풀어내야 하는 이유다. 레나도는 직구가 커브를 죽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이 안고 있는 작지 않은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