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차기작으로 기획 중이던 할리우드 영화 '도끼(THE AX)' 제작이 무산됐다. 박찬욱 감독은 "영어 영화 '도끼'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투자가 무산됐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고 직접 밝혔다.
투자가 확정되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말이 있듯 상업영화 특성상 투자는 제작에 앞서 0순위 목표나 다름없다. 기획에 많은 시간을 기울여도 투자가 되지 않는다면 해당 영화는 사실상 첫 번째 관객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다. '도끼' 역시 투자사의 마음을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에 "투자가 안 되는 경우는 사실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없다. 작품의 문제일 수도 있고, 때로는 배우가 약하다는 판단이 앞세워질 때도 있다. 투자는 결국 기부나 적선이 아닌 수익 싸움이다. 영화화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수익을 낼 수 있는 작품인지가 최우선적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 개인의 성향이 결과를 좌지우지할 때도 있다"며 "다만 '도끼'의 제작 무산은 박찬욱 감독 같은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인물의 작품도 투자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선례라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도끼'는 박찬욱 감독이 약 10여 년간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소설 'THE AX'를 원작으로 하는 '도끼'는 '비밀은 없다' 이경미 감독이 시나리오에 참여해 한 차례 주목을 받았다.
원작은 일을 본인의 정체성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한 남자가 선망하던 상사에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이고 이 과정에서 실직, 재취업에 여러 번 실패하면서 잠재적 경쟁자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살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보이지만 결국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벌이는 일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한 스토리다.
'도끼'는 계획대로라면 올해 미국에서 크랭크인에 들어갔어야 하는 작품. '도끼' 제작이 무산되면서 박찬욱 감독은 새로운 차기작에 눈을 돌릴 예정이다. 하지만 새 작품 역시 투자가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박찬욱 감독은 "돌아가고 있는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가 있다. 미국 영화·한국 영화·TV용·극장용 등 다양하다. 어떤 작품이 투자가 먼저 되느냐에 따라 되는 대로 들어갈 생각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