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입단한 구자욱은 이제 1군 세 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2015년엔 타율 0.349, 11홈런, 57타점으로 신인왕에 올랐다. 지난해는 타율 0.343, 14홈런, 77타점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
올 시즌에는 장타력을 갖춘 중심타자로 진화하고 있다. 홈런, 내야안타, 땅볼·뜬공 비율과 같은 지표가 지난해보다 확연히 좋아졌다.
구자욱은 올 시즌 19일 현재 홈런 14개(7위)를 쳤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타이 기록이다. 지난해도 14개를 쳤다. 다만 개인 40경기를 덜 치른 시점에서 벌써 지난해 홈런 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게 고무적이다. 장타율은 0.547에서 0.602로 높아졌다.
반면 일그러진 표정으로 전력 질주하던 구자욱의 내야안타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엔 495타석에서 20개, 올해는 297타석에서 5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25타석마다 내야안타 1개를 쳤다면, 올해는 59타석당 하나꼴이다. 또 땅볼은 경기당 1.03개에서 0.72개로 크게 줄고, 뜬공은 0.99개에서 1.06개로 늘어났다.
타격코치 시절 KBO 리그 최초로 2년 연속 팀 타율 3할을 이끈 김한수(46) 삼성 감독은 그 누구보다 구자욱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김 감독은 "자욱이가 지난해는 몸이 앞으로 나가면서 공을 맞히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제자리에서 풀 스윙을 한다"고 했다. 시즌 전 "구자욱이 홈런 20개는 때려 낼 것이다"고 했던 김 감독은 구자욱의 홈런 페이스에 흐뭇한 표정이다. 지금은 구자욱의 예상 홈런 개수를 상향 조정했다.
프로 6년 차 구자욱이 의도한 변화다. 구자욱은 "내야안타가 나오면 기분은 좋다. 하지만 반복되다 보니 스윙 폭이 작아지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님의 말씀처럼 지난해는 몸이 따라 나가면서 타격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에는 중심을 뒤에 두고 제자리에서 힘을 전달해 스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타를 더 많이 생산하고,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난 비결이다.
구자욱은 지난해까지 1~2번 타순에 주로 나섰다. 올해는 붙박이 3번 타자에 배치되고 있다. 타순에 어울리는 스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홈런을 의식하고 많이 치려는 건 아니지만 캠프에서부터 장타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준비한 게 지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종료 뒤 "구자욱의 타격 폼은 아직 수정할 게 많다"고 밝힌 김 감독도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고 흐뭇해한다.
삼성은 올 시즌 뒤 이승엽을 떠나보낸다. 구자욱은 '포스트 이승엽'으로 기대를 받는다. 구자욱은 "나의 미래를 위해서, 또 발전을 위해선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팀이 바라는 대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