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할 당시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가석방 문제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의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뇌물 혐의 등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최 회장에게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 상황 증언을 요구했다. 검찰은 "SK그룹 내에 면담 말씀자료를 만들 때 최 수석부회장의 조기 석방을 포함시켰나"라는 질문에 최 회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서울 삼청동의 한 양옥집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났고 가벼운 인사말을 건넨 뒤 최 수석부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인사말을 건네자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는 사면돼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완곡하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015년 12월 말 최 회장의 혼외자 사건을 언급하며 "사면 전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내용의 서신을 보낸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고 최 회장은 "들은 적 있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은 "개인 가정사로 인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고 좋은 경영자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해 최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문제를 완곡하게 꺼낸 것 아니냐"라고 물었고 이에 최 회장은 "그렇다"고 인정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독대 자리에 들였고 이 자리에서 안 전 수석은 SK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한 사실을 박 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금액을 들은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앞으로 협조를 부탁한다'는 요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SK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데 감사한다. 앞으로도 두 재단에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나"라고 물었고 이에 최 회장은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또 최 회장은 독대 자리에서 SK의 현안을 전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면담 자리에서 안 전 수석은 "SK는 워커힐 면세점 사업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전했고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면세점 선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신속하게 결론을 내주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것 같다"고 답했으며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알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