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헤어짐의 무한 반복이다. 남자는 찌질하고 여자는 계산적이다. 둘만 있을 땐 "사랑 앞에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다" 말하지만 현실 속 누군가가 한 명만 끼어들어도 사랑은 뒷전이다. 또 '인생'과 '사랑'에 대해 논하며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보여준 홍상수 감독이다. 영화에서는 늘 실패하는 불륜이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나도 성공한 ing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장편영화 '그 후(홍상수 감독)'가 22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공식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에서 첫 공개됐다.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지난 5월 칸 현지에서 첫 선을 보였던 '그 후'는 홍상수 감독이 개봉일자를 예상보다 빠르게 잡으면서 약 한 달 만에 국내에서도 선보여지게 됐다.
불륜을 저지른 남녀는 현실과 둘만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정답없는 삶에서 즉각적인 감정에 반응한다. 그 사이 오해가 불거지고 피해자가 생긴다. 권해효·김새벽이 불륜남녀로 애틋한 사랑을 나누며, 조윤희가 권해효의 아내로 제 1의 피해자, 김민희는 불륜녀로 오해받는 제 2의 피해자를 연기했다.화면은 흑백, 시간 순서는 뒤죽박죽이다. 홍상수 감독은 권해효·김민희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이 영화로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들은 김민희가 회사에 첫 출근한 날 중국집에서 식사하며 한 번, 저녁 술을 마시며 두 번,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김민희가 출판사에 다시 찾아 오면서 세 번 단 둘이 대화를 나눈다.
"왜 사세요?"라는 철학적인 질문과 답변 논쟁으로 삶·사랑·죽음에 대해 논하고 하나님을 운운하며 믿음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흡사 아무말 대잔치처럼 느껴지지만 그들은 꽤 심각하다. 권해효·김새벽의 불륜 놀음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뻔뻔하다. 특히 아무 죄 없는 제 3의 인물을 이용하려고 작당모의하는 장면은 육성으로 헛웃음을 터뜨리게 만들 정도다.
특히 불륜남 권해효의 캐릭터는 요즘 흔히 말하는 '한남의 정석'이자 '찌질함의 표본'이다. 여자의 지적에 열폭하고 답답함에 오열한다. 온갖 최악의 조건은 다 갖췄다. 동정심이 느껴지기는 커녕 불쾌함만 뒤따른다. 홍상수 감독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이어 또 한 번 '딸'의 존재를 등장시키고 부각시킨다. 딸 때문에 불륜을 포기하는 반복은 언제까지 지속될까.홍상수식 유머는 여전하다. 곳곳에서 여지없이 웃음이 터졌다. 김민희는 또 아름답게 그려졌다. 택시에서 책을 읽고 흩날리는 눈발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측면을 과하게 비추며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대사를 통해서도 여러 번 언급된다. '얘보다 예뻐?' '손이 진짜 예쁘네요' '예쁘시네요. 이 분 되게 예쁘신 것 같아요' '용모가 특별해서 기억해요'.
이와 함께 최근 대마초 혐의에 휩싸인 기주봉은 택시 기사로 목소리만 등장한다.
'그 후'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늘 그랬듯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으며, 7월 6일 개봉한다. 조연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