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세계선수권)가 2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태권도의 성지'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다. 2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선수권은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최고 권위의 태권도 국제 대회다. 지난 1973년 서울 대회(19개국 200명)로 시작해 올해로 23회째를 맞았다.
이번 대회는 183개국 1768명(선수 973명·임원 795명)이 참가해 남녀 각 8개 체급에서 금메달 16개를 두고 기량을 겨룬다. 2년 전 러시아 첼랴빈스크 대회(139개국 1458명)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종합 우승을 목표로 내건 한국 태권도는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한국은 최근 4차례 세계선수권에서 이란(2011·2015년)과 중국(2009년)에 3차례 정상을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2013년 멕시코 푸에블라 대회 종합 우승(금6·은2·동1)이 유일하다. 김종기 태권도대표팀 감독은 "푸에블라 대회 때의 성적을 이번 대회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안방에서 남녀부 모두 금메달 3개 이상씩 따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 리우 올림픽 4인방, 종합 우승 선봉 선다
한국은 남녀 각 8체급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은 16명의 최정예 멤버로 대표팀을 꾸렸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2·동2개를 합작한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과 김태훈(23·수원시청), 오혜리(29·춘천시청), 김소희(23·한국가스공사) 등 4인방도 이번 대회에서 금빛 발차기에 나선다.
'간판스타' 이대훈은 한국 태권도의 선봉이다. 세계선수권 2회(2011·2013년) 우승에 빛나는 그는 이번 대회 남자 68㎏급에 출전해 통산 세 번째 정상에 도전한다.
이대훈은 독이 바짝 올라 있다. 그는 리우 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지만 8강전에서 아흐마드 아부가우시(21·요르단)에게 졌다. 패자부활전에서 투혼을 발휘해 기어코 동메달은 따냈지만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우승)'의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컸다. 이대훈은 세계선수권 우승을 통해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친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리틀 이대훈' 김태훈도 남자 54㎏급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2013년과 2015년 세계 대회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한국 태권도의 '차세대 에이스'다.
여자부에서는 리우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건 오혜리와 김소희가 나선다. 리우 올림픽 여자 67㎏급 금메달리스트 오혜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73kg급으로 체급을 올려 세계선수권 2연패를 노린다. 리우 올림픽 49㎏급 정상을 차지한 김소희는 체급 변동 없이 또 한 번 세계 제패에 도전한다.
◇ 태권도, 남북 스포츠 교류 물꼬 튼다
이번 대회는 북한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참가해 의미가 더 깊다.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국제태권도연맹 명예총재가 인솔해 참가하는 총 36명(북한 국적 32명 포함)의 시범단은 24일 개막식과 30일 폐막식을 장식할 계획이다. 장웅 위원이 시범단과 함께 대회 기간 내내 한국에 머문다. 대회 기간 예정된 총회 및 만찬을 통해 남북 IOC위원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대회 폐회식 참석을 위해 29일 방한한다. 이 때문에 이번 ITF 시범단 방한은 그동안 경색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터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내년 2월에 열릴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북한의 참가를 바흐 위원장과 장웅 위원에게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데 그중에서도 여자 아이스하키의 남북 단일팀이 핵심이다.
도 장관은 지난 20일 "평창겨울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한 핵심은 북한의 참가 여부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경색된 남북 관계가 풀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남북 단일팀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바흐 위원장이 예정됐던 출국 일정을 늦춰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기로 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평화 올림픽' 구상을 직접 전달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