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다린 러프(31)가 '미운 오리'에서 '복덩이'로 변모했다. 요즘 상승세를 탄 삼성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단연 러프다.
지난해 아롬 발디리스의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고생한 삼성은 올 시즌 외국인 타자로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는 러프를 데려왔다. 러프는 메이저리그 통산 286경기에서 타율 0.240, 35홈런, 96타점을 올렸다. 계약 총액만 110만 달러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러프는 긴 부진의 늪에 빠졌다. 4월 21일까지 성적은 타율 0.150에 2홈런, 5타점. 규정타석을 채운 65명의 타자 중 타율 꼴찌였다. 4번 타자답지 않게 장타율은 0.250에 그쳤다. 결국 4월 2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삼성도 4월까지 4승2무20패로 꼴찌였다.
러프는 다른 선수가 돼서 1군에 돌아왔다. 5월 2일 두산전에서 4타수 2안타(1홈런)로 향후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1군에 복귀한 뒤 지난 24일까지 타율 0.355에 12홈런, 52타점을 올리고 있다. 삼성도 5월 이후 24승22패로 전혀 다른 팀이 됐다. 러프의 활약과 삼성의 반등이 같은 궤를 그리는 셈이다.
러프는 이제 삼성의 해결사다. 결승타는 5개로 팀 내에서 가장 많다. 2군에 가기 전까지 타율 꼴찌였던 러프는 이제 3할 타율을 넘겼다.
특히 타점과 홈런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5월 이후 타점은 52개다. 이 기간 리그 타점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다. 그다음 한화 로사리오가 5월 이후 43타점으로 뒤를 잇고 있다. 6월 21일 LG전부터 25일 한화전까지는 5경기 연속 타점 행진 중이다. 21일 LG전 6회에는 3점홈런으로 결승타를 기록했고 24일 한화전에서는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삼성은 러프의 복귀 후 승률 5할(24승22패)을 기록 중이다. 4번 외국인 타자가 중심을 잡아 주자 전체적으로 팀 타선도 살아났다. 러프와 다른 선수들 그리고 팀 전체가 마침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삼성이 러프를 영입하면서 기대했던 장면이다.
그라운드 안팎에서도 모범적인 선수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그는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늘 새겨들었고 부진할 때도 성실한 플레이를 했다. 지난 21일 LG전에서는 2회초 자신의 파울 타구 탓에 맥주 컵을 쏟은 팬에게 "나로 인해 불편함을 겪었다"며 자신의 사인 공과 함께 맥주 값을 변상하기도 했다.
러프는 "2군에 다녀온 뒤 4번 타자라는 부담감을 덜면서 콘택트 능력도 향상됐다. 또 KBO 리그 투수들에게 점차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최근 맹활약의 비결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