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 절감 대책으로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에 이어 경유세 인상 카드까지 검토했다는 소식에 '친환경차'들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로 가는 중간 단계에 놓인 하이브리드차(HEV)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아직 충전소 문제가 남아 있는 전기차 대신 연료와 전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가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국내 자동차 시장에 판매된 79만2275대 중 하이브리드차 비중은 3.65%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늘었다.
저유가 상황임에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인한 반사효과와 차를 구입할 때 환경을 중요 요소로 고려하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입차에 의존하던 하이브리드차 시장에 국산 모델이 대거 등장한 점도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국내 완성차 업계는 현대·기아차를 필두로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오닉' '니로'를 비롯해 '그랜저' 'K7' 등 준대형 차급에서도 하이브리드 심장을 단 모델이 나오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올 들어 5월까지 총 1만9397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 1만9269대를 넘어서는 수치다.
수입 하이드리드차도 더욱 주목 받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판매된 하이브리드차는 모두 8212대로 전년 동기(4807) 대비 71%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차의 수입차 점유율도 전년 동기 5.3%에서 현재 9.3%로 올랐다.
특히 일본차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토요타의 렉서스 ES300h는 5월 한 달 동안 541대가 팔려 수입차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렸다. 하이브리드차가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5월 누적 판매량(3049대)으로 집계해도 벤츠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5위권 밖에 머물던 혼다는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수입차 판매 순위 3위로 올라섰다. 혼다는 국내시장에서 5월까지 54.6% 늘어난 1169대를 팔았다.
업계는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이날 "경유세 인상은 없다"고 부랴부랴 발표했지만 이미 유럽 국가들이 경유차 퇴출에 나선 데 이어 국내에서도 노후 경유 차량 운행이 제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경유세 인상을 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이미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경유차가 지목 받는 상황에서 판매량 저하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기차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차만큼 소비자들에게 다가온 친환경 자동차는 아직 없어 당분간은 하이브리드차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