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극 '쌈, 마이웨이'가 석연찮은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1위는 1위인데 시청률은 답보 상태다.
'쌈, 마이웨이'는 KBS가 자신있게 내놓은 기대작이다. 탄탄한 대본부터 입소문을 탔고, 박서준과 김지원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결과는 예상대로다. 월화극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10% 초반대의 시청률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제자리 걸음 중이다. 화제성은 높은데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Strength(강점)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마이웨이'를 가는 '쌈마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갑 아닌 을일 수밖에 없는 보통의 청춘이라면 '쌈, 마이웨이'가 꼭 내 이야기 같다. 김지원(최애라)은 갑질하는 손님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고, 박서준(고동만)은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다는 이유로 소개팅에 나가 무시당한다. 자기 아들만 잘난 줄 아는 안재홍(김주만)의 어머니는 벌써부터 진상 시어머니처럼 행동하고, 딸 가진 죄로 송하윤(설설희)의 어머니는 그저 참고 눈물을 삼킨다. 재벌 3세나 막장 코드가 등장하지 않아 더 좋다. '쌈, 마이웨이'는 평범한 시청자에게 깊은 공감을 얻으며 마음을 울린다.
Weakness(약점)
청춘들의 짠한 이야기는 구구절절하지만, '쌈, 마이웨이'는 이를 유쾌하게 그린다. 인물들의 대사나 펼쳐지는 상황들은 마치 시트콤 같다. 그러나 문제는 무미건조한 연출이다. 연출자 이나정 PD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눈길'로 이름을 알렸다. '눈길'은 이후 영화로 재탄생할 정도로 호평받은 작품. 그래서인지 로맨틱 코미디와 이나정 PD의 연출은 다소 어긋난다. 더 과장되게 표현하고 만화처럼 그려도 될 장면들이 다소 담백하게 연출돼 유쾌함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물론, 대본과 연출의 부조화는 회차가 지날수록 나아지고 있다. Opportunity(기회)
'쌈, 마이웨이'는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틱은 이제야 시작됐다. 친구 사이였던 박서준과 김지원이 이제야 연인이 됐기 때문. 벌써부터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박서준의 대사 하나, 눈빛 하나에 '심쿵'하고 김지원의 귀여운 매력에 빠져드는 시청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달달한 로맨스가 무르익을 수록 화제성도 높아지고 있다. 로맨스에 더욱 힘을 준다면 현재 제자리걸음 중인 시청률도 상승할 기회는 충분하다.
Threat(위협)
로맨스와 공감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다. 시청자가 반기는 로맨스엔 판타지가 필수, 공감을 얻으려면 현실적 전개가 필요하다. 아직 어느 한 쪽에 방점을 찍지 못한 '쌈, 마이웨이'는 그래서 시청자를 강하게 끌어당기지 못한다. 박서준과 김지원의 멜로가 깊어짐에 따라 멜로에 힘을 싣게 되면, 현실적 이야기 전개에 열광하던 기존 시청자를 잃게 될 수 있다. 또 반대로, 멜로가 약하면 대중을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다. 두 가지 요소 사이에서 제대로 균형을 잡는 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