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제훈(34)은 스스로 '성장형 배우'라고 말했다. 작품을 통해 성장해왔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마음이다.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은 잠시 정체기에 빠져 있던 이제훈에게 기회였고,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던 이제훈이지만 노력과 결과가 늘 같을 수는 없는 법.
비주얼부터 마인드까지 박열을 만나, 박열을 핑계삼아 스스로를 혹사시킨 이제훈은 충무로가 예뻐 마다하지 않았던 신인시절 반짝이는 존재감에 10년의 내공까지 더해 인생연기를 터뜨렸다.
관객이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확고한 의지에 '성공한 팬'임을 자랑하는 순수함도 여전하다.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그는 좋아하는 가수를 읊으며 본인도 모르는 새 팬들이 자신을 바라볼 때 표정을 똑같이 지어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여전히 '진지충'이라 불리지만 말도 안되는 멘트에도 누군가 웃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는 속내다. 오글거려도 좋다. 잔망도 재롱도 이제훈이라면 다 괜찮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 작품을 하면서 성장한다는건 어떤 의미인가. "내가 나에 대해 어떤 사람인지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데이트를 할 때는 샤방한 사람이 되고, 극한의 상황일 때는 밑바닥을 보여주 수도 있고. 연기를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을 연기하면서 나라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 좋다. 희열이 느껴진다."
-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인가. "'박열'을 하면서도 희극적인 모습과 조소를 발견했다. '내가 사람들을 만나 이런 모습을 표현한 적이 있었나?' 생각했다. 재미있기도 하고 놀라운 순간이기도 하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만드는 새로운 작품의 캐릭터는 신성하게 느껴진다. 이런 마음과 과정이 계속 되어졌으면 좋겠다."
- 과정과 결과의 반복에 따른 걱정도 있을텐데. "맞다. 많은 작품을 통해 결국 반복되어질텐데, 혹시 어느 순간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은 있다. 스스로 극복해 내는 것도 내 과제인 것 같다."
- 재미없는 사람에서 위트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예전에는 진짜 심했다. 이런 인터뷰 자리에서도 늘 경직돼 있고 땀도 많이 났는데 익숙해지고 있다. 내가 나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 들이고 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에 있어 기대감을 갖고 다가가게 된다. 소극적으로 가둬두는 부분이 있었는데 더 나를 표현하고 이야기 하게 된다." - 친구들은 변화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나. "친구들은 여전히 '진지충'이라고 한다. 하하하. 이게 성격적인 부분이다 보니 노력한다고 해서 당장 쉽게 바뀔 수는 없지 않나. 친구들도 '그래, 넌 그런 아이니까'라고 한다.(웃음) 그래도 그런 바람은 있다. 같이 있을 때 나를 통해 웃었으면 좋겠다. 팬들은 '잔망떤다'고 하더라. 요즘엔 너무 그러니까 '자제해라'라고도 하시더라. 근데 V앱이나 무비토크 이런 것을 할 때는 더 재롱떨고 싶고 그렇다."
- 비와이가 '박열' 헌정곡을 발표했다. 원래 팬이라고. "비와이 무대가 너무 강렬했다. 완전 팬이 됐다. 처음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야 했는데 '어, 팬이에요'라면서 내가 안기더라. 그 땐 몰랐다. 솔직한 내 마음이 표현된 것 같다."
- 작품을 통해 뮤지션들과 많이 만나고 있다. MBC '무한도전-무한상사' 특집 때는 지드래곤을 만나지 않았나. "평소라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그렇게 됐다. 일상에서 힐링이 되는 순간을 찾으라면 음악이다. 나를 힐링 시켜주는 그 분들을 직접 만나니까 팬 분들이 심정이 이해 가더라.(웃음) 성공한 팬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또 어떤 가수들을 좋아하나. "검청치마를 좋아한다. 드디어 정규 앨범이 나왔다. 아직 콘서트나 이런 곳을 찾아가는 팬은 아니지만 신곡을 너무 한 곡, 한 곡만 내시니까 감질맛 나고 '언제 정규 앨범 낼 것이냐'는 팬들의 성화에 공감하고 있었다. 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웃음) 그리고 최근 군 입대한 빈지노 씨도 좋다. 7년 전 낸 1집 앨범을 군대 가면서 다시 내주셔서 고맙다. 오혁 씨, 혁오 밴드 음악도 자주 듣는다."- 흥이 많은 편인가 "내 나름의 흥은 있다. 흥 하니까 떠오르는데 최근에 싸이 씨도 나오지 않았나. 역시 노래가 좋더라. 잘 듣고 있다."
- 뮤직비디오에 이병헌이 출연했다. 봤나. "당연히 봤다. 정말 대단하더라. '선배님께 저런 모습이 있으셨구나. 나도 다양한 특기를 개발 해야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고(웃음) 러브콜이 오면? 나로써는 영광이다."
- '박열'은 이제훈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일단 감독님과 같이 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좋다. 배우는 누구나 마음 속 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 한 부분이 채워졌다. 감개무량 하다. 감독님 덕분에 숨통도 트였다. 감사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