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가요와 방송을 아우르는, 블루칩 시장이 된지 오래다. 영상과 음악 컨텐트가 서로 밀고 끌며 시너지를 낸다. 한 번 터지면 효과가 극대화되는 이유다.
tvN '도깨비' OST 가 증명한다.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는 올해 가온차트에서 상반기 디지털차트 1위를 차지했다. 크러쉬의 '뷰티풀'·찬열&펀치의 '스테이 위드 미'·소유의 '아이 미스 유'는 각각 5위, 6위, 9위에 랭크하며 OST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 중심엔 송동운 대표가 있다. 그가 제작한 OST 면면을 살펴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도깨비'를 비롯해 '괜찮아 사랑이야' '태양의 후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그를 통해 태어났다. 그야말로 OST 히트 메이커다.
송동운 대표를 주축으로 작곡가 안영민·이승주· 펀치가 버티고 있다. 안영민은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이승주는 '뷰티풀'을 작곡했다. 펀치는 '신 OST 가수'로 떠오르는 신예다. 실력있는 작곡가가 버티고 있으니 유명 가수들이 줄줄이 참여했다. 최근 작업한 KBS 2TV '최고의 한방' OST엔 보아·매드클라운·윤미래·규현 등이 '믿고' 따라왔다.
>>②편에 이어
- 작곡을 안 했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안 "숟가락 빨고 있을 거예요. 다른 재능은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더 악착 같이 작곡하고 있어요. 재밌기도 하고요(웃음)" 이 "통장에 찍히는 금액을 보고 재미있는 것 아닌가요. 노래가 절로 써지고.(웃음)"
- 즐기면서 일을 하시네요. 이 "영민이 형은 제가 본받아야할 분이에요. 즐기면서 하시거든요. 전 그렇게 못해요." 안 "다른 작곡가에 비해 몰두하지 않고 느낌으로 곡을 써요. 편곡도 1시간 밖에 안 걸려요. 승주처럼 정성을 다해서 한 음 한 음 다루는 게 멋있는 것 같아요."
- 펀치 씨는 가창자로서 두 작곡가와 작업을 해봤어요. 펀치 "세상 모든 작곡가가 영민 오빠가 같은 줄 알았어요. 녹음할 때도 굉장히 호탕하고, '지금은 누구 같았어'라면서 모창도 해요. 칭찬만 하는 작곡가라 편해요." 이 "영민이 형은 가수들의 장점이 머릿속에 있어요. 그걸 끄집어내는 능력이 탁월해요." 안 "잘하니까 칭찬하는 거예요. 못하면 못한다고 해요. 어떤 가수는 앉혀서 30분간 얘기한 적 있어요. '네가 예능을 할 건 아니잖니. 1절은 할 수 있어야지'라며 혼냈죠."
- 각자 녹음 스타일은 어떤가요. 이 "'잘한다 잘한다'하며 녹음을 유도 하는 스타일이에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아직은 많은 경험이 없어서 중심이 없어요. 머릿속에 원하는 느낌이 있지만 별로라고 얘기하기 힘들더라고요. 가수와 타협점을 찾는 편이에요." 안 "옛날과 비교 하면 녹음 환경이 많이 좋아졌어요. 녹음 시간이 길면 저뿐 아니라 가수, 엔지니어도 다 지쳐요." 펀치 "승주 오빠는 가수에게 '어떠세요'라고 물어보세요. 처음엔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서 당황했어요.(웃음)"
- 지금까지 작업했던 가수 중 가장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누군가요. 안 "원로 가수들과 작업하면 오히려 제가 긴장해요. 정말 잘해서 2~3번 노래 부르면 끝나요. 박상민 형 같은 경우 4시간에 5곡씩 불러요. 한방이죠. 정말 소름 돋았던 가수는 박효신이에요. 노래를 진짜 잘해서 '어떻게 이렇게 노래를 잘하지'라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 친구는 만족을 못해요. 계속 '다시 해야 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해요. 정말 잘했다고 확신을 주고 집에 보냈는데 또 문자가 오더라고요.(웃음)" 이 "전 글쎄요. 많이 작업을 해보지 않아서요. (펀치 "저요 저") 테크닉 보다 톤을 중요시 하는 데 펀치는 감정과 톤이 좋아요. 윤미래 씨와 '사랑이 맞을 거야'를 작업했는데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 처음 작업한 곡은 뭔가요. 안 "CCM을 처음 만들었고, 작사로서 데뷔곡은 SG워너비 '사랑하길 정말 잘했어요'에요. (박)근태 형과 (조)영수 형이 가사 계속 써보라고 해서 다음에 작업한 곡이 V.O.S의 '눈을 보고 말해요'예요. 그리고 신화의 '브랜뉴' 하면서 잘 됐죠."
- 승주 씨가 몸담았던 바닐라유니티는 활동 안 하나요. 이 "먹고살기 힘들어서 뿔뿔이 흩어졌어요. 재미로 했었는데 처음으로 낸 앨범이 잘 됐어요. 서태지 선배님에게서도 연락오고, 지산 록페스티벌 메인 무대도 섰죠. 그렇게 두 번쨰 앨범을 작업했는데 생각이 너무 많았나 봐요. 욕심도 났고요. 그 욕심은 화로 다가왔고, 전형적인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었어요."
- 아쉽겠어요. 이 "할 만큼 해서 아쉽진 않아요. 처참하게 점점 내려왔거든요. 그걸 느껴서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없어요.(웃음)"
- 작곡가 생활은 만족하나요. 이 "재밌어요. 70곡 정도 저작권 협회에 등록돼있고, 대중음악은 20곡도 안 돼요. 곡 낸 거에 비해 히트곡이 많은 편이죠. '뷰티풀' '스테이 위드 미' '다시 너를' '리셋' 등. 다 OST곡이네요.”
- 앞으로 목표는 뭔가요. 송 "나중에 영화제작을 하고 싶어요. 10년 전부터 꿈꿔왔어요. 영화 OST도 지금의 작곡가 라인업이 만들고요. 이미 생각하는 시나리오도 있어요. 외화 리메이크를 생각 중이에요." 안 "로코베리를 널리 알리고 싶어요. 제가 알려지는 것보다 로코베리가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냥 뒤에 있고 싶어요." 펀치 "꾸준히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데뷔 앨범 나왔을 때에도 1위를 찍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이 "의도치 않게 '뷰티풀'과 '스테이 위드 미'가 잘 됐어요. 그래서 부담도 늘었어요. 그런데 축하한다는 소리를 듣는 건 1주일 뿐 이더라고요. 정산도 6개월 뒤니까 평소 때처럼 비빔면 끓여먹었고요. 지금은 곡 하나하나 만드는 게 재밌어요. 그리고 그걸 가수들에게 가창을 부탁하는 것도 재밌고요. 좀 더 좋게 만들어서 좋은 결과물을 내서 뿌듯함을 느끼고 싶어요."
- 정산은 넉넉히 받았나요. 이 "저작권료는 6개월 지나서 받아요. 바로 오늘이 그날이네요. 통장의 최대치가 찍혔어요.(웃음) 금액은 말씀드릴 수 없어요."
- '최고의 한방' OST 마지막 곡이 남았죠. 송 "라인업도 특급이지만 노래도 좋아요. 시청률이 높진 않지만 좋은 노래는 언젠간 빛을 볼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퀄리티는 끝내 주는 구나'라는 평가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 드라마에 이런 좋은 노래가 어떻게 들어왔지'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이 "꼭 한 번 들어보세요. 나중에 들어도 창피하지 않은 곡들입니다."
- 앞으로도 이들과 함께 OST 작업을 할 건가요. 송 "곡 의뢰를 하면 100곡씩 와요. 그런데 저에겐 이 두 사람이 최고예요. 잘 나간다는 작곡가 곡을 받아도 안 좋으면 안 써요. 작곡가들은 곡이 거절당하면 자존심 상해하는데 이들은 계속 작업해서 줘요. 그래서 좋아요." 안 "다른 작곡가들은 지쳐하는데 우리는 안 지쳐요. 거절당하면 '또 써야지'라면서 작업하거든요.(웃음)"
- 그래서 'OST계 만수르"라는 별명이 생겼나봐요. 송 "말도 안돼요. 다른 사람들이 웃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