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됐다. 홈플러스가 유독 물질이 든 제품을 판매할 당시 지분의 절반을 삼성물산이 갖고 있었다는 이유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공개적으로 삼성물산의 책임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홈플러스 지분 절반 소유…삼성물산도 공범"
3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서울 송파구 삼성물산 본사와 인근 홈플러스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삼성의 책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홈플러스에 지분을 갖고 있던 삼성물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모임과 환경단체 측이 삼성물산에 대해 공개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7년간 홈플러스는 PB(자체브랜드)인 '가습기 청정제'라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 30만 개를 판매했다"며 "이 제품을 판매할 당시 홈플러스는 삼성이 소유·운영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1999년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영국 테스코와 합작회사인 삼성테스코(지분 49% 소유)를 설립했다. 이후 삼성테스코는 대구에 홈플러스 매장을 처음 개설한 데 이어 전국에 141개 매장을 세웠으며 매출 11조원대의 국내 2위 유통회사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당시 삼성물산이 소유하고 있던 홈플러스가 가습기 살균제 제품 중 하나인 '가습기 청정제'를 7년 동안 30만 개를 팔았다는 점이다.
지난 5월 한국환경보건학회와 한국환경독성보건학회에서 정부 용역 연구 결과를 종합해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특성과 피해 규모'에 따르면 해당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80만~90만 명에 이르며 제품 사용 후 병원 진료 피해자도 7만~11만 명으로 추산된다.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삼성물산도 사건에 책임이 있으나 지난 2011년 지분을 팔았다는 점 때문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며 "이후 2015년 MBK파트너스(현재 운영사)에 홈플러스를 팔고 철수한 영국 테스코 또한 책임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삼성물산 유통 부문 이승한 전 대표 등 관계자 6명과 테스코 임원 22명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검찰은 집단 사망 사건으로 삼성물산과 테스코를 수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 사항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며 "삼성은 소비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체적인 피해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 신고자 10명 중 2명 홈플러스 제품 사용
홈플러스에서 판매한 '가습기 청정제' 제품은 폐섬유화를 일으키는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첨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신고자 10명 중 2명은 이 제품을 사용했다.
한국환경보건학회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 5615명 중 1228명(64.3%)은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사용했으며 36.5%가 애경 '가습기 메이트', 27.2%가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를 각각 사용했다.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를 사용했다는 응답자는 23.3%로 전체 21개 제품 중 네 번째로 높다. 접수된 피해 신고는 실제 피해 규모의 1~2%에 불과해 실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전체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용자는 350만~4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제품 사용 후 건강 피해 경험자는 40만~50만 명, 제품 사용 후 건강 이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30만~5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당사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시에 지분을 보유했을 뿐이고 실질적인 운영은 테스코 쪽에서 했다"며 "1999년에 합작회사를 설립한 이후 조금씩 지분을 매각해 왔고 마지막으로 지분을 들고 있던 2011년 6월경에는 보유 지분이 5.31%에 불과했다. 경영진도 홈플러스와 관련해 아는 바가 전혀 없으며 언급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