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력의 부재. 가수 이효리의 고질적인 문제다. 4년 만에 '음악'이 하고 싶어서 컴백했지만 '가창력'이 아닌 '퍼포먼스' 위주의 무대를 꾸몄다.
이효리는 5일 방송된 MBC 뮤직 '쇼! 챔피언'에 출연해 정규 6집 '블랙'의 동명 타이틀곡인 '블랙'과 '화이트 스네이크'를 소화했다.
이날 이효리는 '화이트 스네이크' 무대부터 선보였다. 그는 요가로 다져진 몸매를 과시하듯 화이트 레깅스와 화이트 탑을 입고 등장했다. 화이트 의상은 구릿빛 피부색을 더욱 검게 보이는 착시 효과를 이끌어냈다. 다소 민망할 수 있는 의상이었지만 이효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무대를 펼쳤다.
타이틀곡 '블랙'에서는 '화이트 스네이크'와 대비되는 색인 블랙으로 중무장했다. 팬들의 응원을 몸에 휘감고 등장했다. 팬사랑에 보답하겠다는 취지로 진행했던 퍼포먼스였지만, 무대가 끝난 뒤 누리꾼들은 '팬을 위한 건 알겠지만 낙서 같았다'는 반응도 보였다.
그동안 이효리는 '가창력 가수' 보다 '섹시 퍼포먼스형' 가수로 통했다. 4년 만에 컴백했지만 이 부분은 달라진 게 없었다. 게다가 섹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난해한 현대무용만 있을 뿐이었다. 가수 보다 행위예술에 가까운 무대였다.
이효리는 자신을 싱어송라이터라고 칭했다. 지난 4일 컴백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화려함을 걷어내고 이제 용기 있게 '진짜 나'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엄청난 가창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그냥 담담하게 마음 있는 그대로 표현해 보고자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음악평론가는 "편곡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하지만 멜로디와 가사가 '2%' 부족하다. 특히 아마추어 같은 가창력은 심각한 정도"라고 평한 바 있다.
게다가 이효리는 사전녹화를 감행했다. '쇼챔피언' 제작진은 "이효리가 아이돌못지 않은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니 체력적으로 너무 무리가 와서 사전녹화로 진행했다. 제작진과 협의 끝에 부득이 생방송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효리는 "일주일간 음악방송에 임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생방송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선택적인 활동에 팬들은 아쉬움은 점점 커져가는 중이다.
음원 성적도 하락세다. 지난 4일 오후 6시에 발표한 '블랙'은 음원사이트 멜론에 19위로 진입했다. 하지만 계속 하향세를 타다가 5일 오후 7시 기준 64위에 올랐다. 선공개곡 '서울'이 겨우 51위로 50위권에서 턱걸이 중이다. 예전의 이효리라면 상상하기 힘든 성적표다.
최근 가요계는 정규 앨범 발매가 빈번하던 이전과 달리 디지털 싱글, 미니 앨범 등으로 간소화되고 빨라졌다. 이효리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그는 "정규앨범을 내면 멋있다고 생각했다. 싱글을 내고 치고 빠지는 걸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봤다. 그러나 이번에 정규앨범을 내고 보니 싱글 전략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미리 작업한 곡이 20곡 정도 있다. 이번 앨범이 잘 되면 싱글로도 활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효리는 빨라진 가요계 패턴에 적응하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