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무명의 3세마가 빼어난 경주마들을 뿌리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한국경마계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놀라워하고 있다.
'아임유어파더(미국·3세 수말)'는 지난 9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열린 제13회 부산광역시장배에서 1위로 골인했다. 이번 부산광역시장배는 '상반기 그랑프리'로 불릴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 오랜 전통을 지닌 경마대회답게 올해 두각을 보인 국산마와 외산마가 총 출동해 연말 대통령배와 그랑프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대하게 열렸다.
이러한 큰 대회는 이름값이 화려한 우승마들이 주인공이 되게 마련이다. 풍부한 경험과 완벽한 관리를 고루 갖추고 있어서 실전에서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부산광역시장배 역시 2016년 그랑프리 우승마 '클린업조이'와 2017년 두바이월드컵 결승선에 진출한 '트리플나인' 등에 시선이 몰렸다.
그러나 경마에 정해진 답은 없었다. '아임유어파더'는 이번 경주에서 '클린업조이'와 '트리플나인'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임유어파더'는 지난해 2세 경주마를 대상으로 열린 경남도민일보배에서 우승하면서 가능성 있는 경주마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번 경주에서는 우승후보로 거론되지 못했다. 경쟁자들이 워낙 쟁쟁했고, 경력도 일천했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우측 다리 부상도 약점으로 평가됐다.
'아임유어파더'를 관리하는 코칭스태프도 약점으로 보여졌다. '아임유어파더'는 한국경마에 존재감이 없는 데뷔 11개월 차 외국인 데이비드 밀러(54) 조교사와 젊은 마필관리사 5명이 관리하고 있다. 한국경마계 전문가들이 "아임유어파더의 우승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하지만 '아임유어파더'의 이번 우승은 어쩌다 얻어걸린 기적이 아니었다.
밀러 조교사는 뉴질랜드, 일본, 호주,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경주마 훈련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9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데뷔하며 한국과 연을 맺었다. 밀러 조교사는 상명하복식 마방운영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마방운영을 실현하면서 마필관리사들의 열정을 끄집어 냈다. 마필관리사들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과학적인 훈련으로 '아임유어파더'를 조련하기 시작했고, 결국 부산광역시장배 우승까지 이끌어 냈다.
밀러 조교사는 "강한 상대를 맞아 최선을 다해 우승으로 이끌어 준 마필관리사들과 이희천 기수에게 감사할 뿐"이라며 "30여 년 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의 웃어야 경주마가 웃을 수 있다'는 원칙이 생겼다. 여세를 몰아 한국경마 최고의 마방으로 성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