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원차트에 '스무살'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볼빨간사춘기와 콜라보레이션 음원을 발표한 스무살은 '남이 될 수 있을까'로 단숨에 화제의 뮤지션으로 떠올랐다.
스무살은 '피처링 치트키'라고 불리는 볼빨간사춘기의 덕을 톡톡히 봤다. 자신의 목소리를 확실히 알린 계기가 됐다. 그 결과 라디오와 음악 방송의 러브콜도 잇따랐다.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난 스무살은 1위라는 성적에 대해 볼빨간사춘기의 목소리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대신 지난 5일 발표한 미니앨범이 묻히지 않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나는 인디뮤지션이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장르적으로 음악을 한정 짓고 싶지 않다. 볼빨간과 함께 한 노래가 너무 잘 돼서 부담을 내려놓고 겸허히 마음을 비우고 있다."
- 데뷔가 늦었다. "27세에 데뷔를 했는데, 파주의 내 방에서 8만 원짜리 마이크로 녹음했다. '가수를 하려는 것'보다 '음악을 내야지'라고 생각했다. 노래나 작곡, 연주를 배운 적이 없다. 늘 혼자서 해왔다. 계속 연습하면서 일했다. 조급함이 없었기 때문에 데뷔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어떤 일을 했나. "이것저것 몸으로 하는 아르바이트는 다 했다. 음악 아르바이트도 했다. 가르치는 것과 디렉팅도 했다."
- 쇼파르와는 어떻게 계약했나. "첫 앨범을 내고 시간이 있었다.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걷자, 집앞이야'가 인디차트에서 1위하고 멜론 6위하고 탑100에도 일 년 반 동안 머물렀다. 자체 제작해서 미니 앨범도 냈는데, 그때 쇼파르에서 전화가 왔다. 한 번 미팅하자고 해서 다섯 번 정도 만났다."
-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오디션을 본 적이 없다. 나이도 많고, 내 음악을 프로 관계자들에게 인정받은 적이 없다. 내게 손을 내밀어 주셨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때부터 쇼파르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 다른 곳에선 연락이 안 왔나. "다른 데서도 왔다. 쇼파르 뮤직에 소속된 바닐라 어쿠스틱의 성아 누나와 스무살 때부터 알고 지냈다. 그때부터 쇼파르라는 회사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 인지된 상태에서 미팅하니까 이야기가 잘 됐다."
- 무명일 때 많이 힘들었을 텐데. "보통 음악 하는 사람들이 금전적인 것 때문에 포기를 하는데, 난 중학교 때부터 우유 배달을 했다. 연습하다가 돈이 없으면 일을 했다. 힘들지 않았다."
- 부모님 반대는 없었나. "반대가 심했다. 친형은 공부를 잘해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지금 치과 의사다. 그런데 어머님께 '대학 진학을 안 할 거다'라고 하니까 걱정을 많이 하셨다. 연습하러 나가면 헛짓거리한다고 혼내셨다. 그래서 일을 열심히 한 것도 있다. 집에 돈을 드리면서 음악했다. 형 학비도 보탰다. 점점 인정받으니 지금은 좋아하시고 오히려 지원해주신다."
- 음악은 언제 시작했나. "고등학교 때 겉멋 들어서 스쿨밴드를 했다. 하고 싶은 걸 못 찾아 꿈이 자주 바뀌었다. 버스 기사·태권도 관장 등. 덜렁덜렁한 성격인데 노래 연습이 안 됐다 싶으면 잠을 못 자고 예민해지더라. 폐활량을 위해 등산도 하고 하더라. 스무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것 같다."
- 천재라고 생각하나. "안 나올 땐 안 나오는데 괜찮다고 느껴지는 곡은 순탄하게 나온다. 머리 싸매서 만들면 이미 있는 곡이더라. 잘못하면 표절이다."
- 표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표절 논란이 있는 곡들은 분명 어디선가 영향을 받고 만들었을 거다. 객관적으로 비슷하면 의도한 건 없더라고 표절인 것 같다."
- 어떤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나. "첫 번째는 스무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시간이 지나도 '왜 스무살이냐'라는 질문을 안 받고 싶다. 천천히 각인됐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어렵게 시작한 만큼 그것들을 많이 들려드릴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목표다."
- 초창기 음악은 어땠나. "작곡 노트가 있는데 스무살 때 만든 노래는 술 얘기밖에 없다. 멜로디도 단순하다. 조금씩 나아지는 걸 보면 기특하다.(웃음)"
- 방송 활동도 할 예정인가. "원래 방송용 아티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불러주신다면 계획은 하고 있다."
- 마지막 연애는 언젠가. "헤어진 지 6개월 정도 됐다. 지금은 없다. 예전 여자친구와 400일 넘게 만났다." - 연애를 바탕으로 곡을 쓰나. "전 여자친구와의 내용은 전혀 없다. 허구의 이야기를 담았다.(웃음)"
- 계획 중인 공연이 있나. "7월말과 9월에 페스티벌에 나간다. 앨범을 냈으니 단독 공연도 하지 않을까 싶다."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볼빨간 사춘기의 지원으로 좋은 성적을 얻었다. 겸손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1위라는게 정말 와닿지 않는다. 음악으로 1위를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스무살이 따뜻하고 좋은 음악을 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