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의 실패일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몰락일까. 전성기 시절 코미디언들을 다시 모으며 재기를 꿈꾸는 '개그콘서트'가 순탄치 못한 2017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999년 첫 방송돼 18년의 역사를 지닌 '개그콘서트'는 최근 몇 년간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때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 월요병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지난해부터는 한 자릿수 시청률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또한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곤 7~8%대 시청률에 머무르고 있다.
제작진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김대희·신봉선·박휘순을 비롯해 전성기를 이끌던 코미디언들을 다시 무대로 올렸다. 한때 '개그콘서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봉숭아학당' 코너도 부활시켰다. 김대희와 신봉선은 '대화가 필요해'의 추억을 살린 스핀오프 코너 '대화가 필요해 1987'을 공연 중이다. 원조의 힘으로 다시 전성기를 되찾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아직 효과는 미비하다. 여전히 8%대 시청률이다. 원조 스타들의 등장만으로 어느 정도 시선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청률 상승으로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개그콘서트' 자체의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공개 코미디라는 포맷이 18년 동안 계속되며 트렌드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버렸다. 육아·가족·관찰 등 예능가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공개 코미디만은 언제나 그 자리다. '개그콘서트'를 이끌어 가는 김대희는 "포맷을 바꿔야 한다는 말도 일리 있다. 그러나 현재 새롭게 등장한 포맷이 없으니 하는 데까지는 다 해 보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쟁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뒤떨어지는 입장이다. 지상파, 그것도 공영방송 KBS이다 보니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도 무대로 올리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자기 검열이 필수다. 그러다 보니 tvN '코미디빅리그'의 과감한 개그에 치이고 인터넷 방송의 성역 없는 개그에 밀린다. 이는 '개그콘서트' 출연진도 느끼고 있는 태생적 한계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자체의 몰락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지상파에는 '개그콘서트'를 제외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모두 폐지됐다. 김대희는 "과거 MBC와 KBS 두 개 방송사만 존재할 때도 최소 두 개의 코미디 프로그램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방송사가 있음에도 코미디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와 '코미디빅리그' 두 개뿐이다. 대한민국에 코미디라는 장르가 없어질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엔 '개그콘서트'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소문으로까지 이어졌다. 18년 전통의 예능을 쉽사리 없앨 순 없겠지만, KBS는 올봄 '비타민'과 '콘서트 7080' 등 장수 예능 폐지를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폐지는 절대 사실무근이다"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개그콘서트'는 다시 뛴다. 신봉선은 "다들 '잘해 보자'는 마음만 가지고 열심히 무대에 서고 있다. '개그콘서트' 방송 시간을 피해 경쟁 프로그램이 편성되던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잘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모두들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