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프로듀스101' 시즌2(이하 '프듀2')의 추억에서 벗어나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연습생들이다. 프로그램과 연습생들을 바라보는 눈은 다양하겠지만 내 취향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 팬들이라면 프로그램에 대한 감사함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한아름컴퍼니 소속 김태민 역시 워너원으로 활동 예정인 최종 데뷔조 11인 안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프듀2' 수혜를 톡톡히 입은 연습생 중 한 명이다. F반의 회색티를 입고 원샷 한 번 제대로 못 받을까 걱정했던 소속사 관계자들과 달리, 김태민은 부족한 실력에도 타고난 매력과 노력으로 국민 프로듀서들에게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듀2'는 김태민에게도, 팬들에게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태민은 '10점 만점의 10점'과 '겁' 무대를 끝으로 장폐색증 진단을 받으면서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다. 국민 프로듀서들의 투표 결과에 따른 11인 합류 불발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와야 했던 자리이기 때문에 씁쓸함은 클 수 밖에 없다.
그 아쉬움과 미련을 김태민은 빠른 건강 회복과 생애 첫 팬미팅을 통해 보답했다. 지난 16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TCC 아트센터에서는 김태민 첫 팬미팅 '꽃길'이 열렸다. 이 날 팬미팅에는 120여 명의 팬들이 참석해 김태민을 응원했다.
팬들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진주·김해·부산 등 지방 팬들은 물론 중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김태민을 보기 위해 달려온, 아니 날아온 팬들도 상당했다. 몇몇 남성팬들 역시 눈에 띄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날 팬미팅 경쟁률은 약 8대 1에 치닫았다고.
소속사 입성 후 첫 번째로 배웠던 첫 레슨곡이라는 긱스의 'Officially Missing You'를 부르며 오프닝 무대에 등장한 김태민은 약 세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오로지 팬들을 위한 이벤트로 팬미팅을 가득 채웠다. 첫 팬미팅인 만큼 목소리는 떨렸고, 긴장한 표정도 역력했지만 김태민의 말 한 마디, 손짓 하나에 팬들은 열광적인 환호로 화답했다.
현장에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김태민의 잔망 영상이 쏟아진 것은 물론, 김태민은 팬들과의 Q&A와 근황 토크를 통해 '프듀2' 비하인드 스토리, 장폐색 수술 후일담,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또 토크 중간 중간 '프듀2' 오디션 때 선보였다며 지드래곤의 '블랙' 랩과 엑소 '으르렁' 댄스를 잠깐 선보여 분위기를 달아 오르게 만들었다. 의상 역시 다섯 번 넘게 갈아 입으면서 철저한 준비성과 팬들에게 예쁜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엿보이게 했다.
"사진 촬영은 좋지만 못 나온 사진은 쓰레기통에 휙 바려주세요" "너무 긴장되고 쑥스러워서" "제가 원래 애교를 못 부려요. 하라 그러면 더 못해요"라면서도 타고난 모태 애교를 부리는 김태민에 팬들은 "성격도 좋고 귀엽고 잘생겼고 다 한다" "너무 귀엽다" "태민이 하고 싶은거 다 해"라고 소리지르며 맹목적인 애정을 표했다.
특히 김태민의 첫 팬미팅 게스트로는 일명 '태태즈'로 불리며 '프듀2' 방송 당시에도 남다른 우정을 뽐냈던 나르다엔터테인먼트의 김태우가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김태민은 김태우를 친구보다 더 친한 '황금친구'라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태민과 김태우는 티격태격 하면서도 서로를 챙겼고, 팬들과 팀을 나눠 게임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태민과 김태우는 세 곡을 메들리로 합동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애교 넘치는 '상어가족'과 두 사람이 꾸민 '나야 나'는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킨 무대였다.
팬미팅 말미에는 김태민을 위해 팬들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가 펼쳐져 끝내 김태민을 울컥케 만들었다. 김태민은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 "안 울어요. 강한 남자예요"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김태민은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고 팬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햇살'이라는 예비 팬명을 끊임없이 입에 올리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엔딩까지 완벽했다. 김태민은 퇴장하는 팬들을 한 명 한 명 일일이 안아주면서 친필 사인을 담은 선물을 전해 팬미팅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한편 이 날 팬미팅은 무료로 진행, 입장료 대신 받은 라면과 쌀을 김태민과 팬명인 햇살 이름으로 기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