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은 지난 17일 일본 오사카부 나가이의 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비야(스페인)와 친선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이날 김진현은 날카로운 세비야의 공격에도 선방쇼를 펼치며 골문을 잘 지켜 냈으나 결국 3골을 내주며 1-3 패배의 쓴맛을 봤다.
이날 김진현은 전반 39분 프랑코 바스케스(28)의 헤딩을 오른손으로 절묘하게 막아 내는 등 상대의 공세에도 흐트러짐 없이 골문을 지켰다. 그러나 연이은 위기 속에 전반 42분 기어코 선제골을 내주며 위기에 처했다. 미하엘 크론 델리(34)의 슈팅을 놓쳐 공이 흘렀고, 이를 비삼 벤 예데르(27)가 그대로 밀어 넣으며 김진현의 실점이 됐다.
전반 실점 이후에도 경기의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김진현은 후반 10분 아쉽게 페널티킥을 내주며 예데르에게 추가 실점을 허용했고, 경기 종료 직전 추가시간에도 루이스 무리엘(26)에게 골을 내줘 3실점의 오명을 썼다. 세레소 오사카의 외국인 공격수 히카르두 산토스(30)가 후반 35분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경기 결과를 바꾸진 못했다.
윤정환(44) 감독 부임 이후 J리그(1부리그) 1위를 달리며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세레소 오사카로선 자존심에 금이 가는 완패였다.
경기 뒤 일본 언론은 일제히 "J리그 선두 세레소 오사카가 '세계와 차이'를 실감했다"고 보도하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 감독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며 세계 정상급 팀과 경기를 치른 소감을 겸허하게 전했다.
패배는 언제나 뼈아프지만, 김진현에게 이날 패배는 특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김진현은 경기 뒤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스페인과는 역시 잘 맞지 않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유독 스페인만 만나면 약해지는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그의 말대로 김진현은 스페인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김진현은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이었던 2012년 스페인과 친선경기 당시 4골을 내주며 1-4 패배를 당했다. 당시에는 최강의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4년 뒤인 지난해 6월, 친선경기에서 다시 만난 스페인에 6실점의 굴욕을 당하며 비판의 중심에 섰다. 울리 슈틸리케(63)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입지를 굳혔던 김진현은 그 뒤로 A매치에서 골키퍼 장갑을 끼지 못했다.
이처럼 스페인은 김진현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악연의 팀이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스페인전과 달리 이번 세비야와 경기서는 연이은 선방을 펼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일본 축구 전문지인 사커 다이제스트는 3실점에도 불구하고 김진현에게 5.5점의 나쁘지 않은 평점을 매겼다.
세레소 오사카 팬들도 "김진현의 선방이 없었다면 최소 4~5실점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