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남북 단일팀' 문제가 조심스럽게 화두에 오르자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은 웃으면서 마이크를 잡았다. '예상 질문'이라는 표현대로 정 회장은 부드러운 태도로, 그러나 협회의 입장은 확실히 전달하는 자세로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풀어 나갔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D-200을 앞두고 19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나온 장면이다. 이날 미디어데이 행사는 얼마 남지 않은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최근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기대주'로 떠오른 아이스하키의 대회 준비 현황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였다.
남자 대표팀의 톱 디비전 승격, 그리고 여자 대표팀의 놀라운 상승세가 더해지면서 아이스하키는 평창에서 그동안의 '변방국' 신세를 벗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정 회장이 직접 미디어데이 행사에 나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것만으로도 이번 대회에 거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기대감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취재진의 관심을 모은 부분은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만은 아니었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문제에 대해 정 회장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협회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고, 그만큼 답변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정 회장은 질문이 나오자마자 "예상했던 질문"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정 회장은 "나라의 가장 큰 현안이고 뜻인 만큼 따라야한다고 본다"고 말문을 연 뒤 "그러나 협회가 선수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 협회는 선수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우리 의견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모범 답안'을 내놨다.
피해를 보는 당사자가 될 수도 있는 한수진은 "선수들도 협회에서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며 "우리가 생각하고 얘기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을 거라 본다.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침착하게 답했다. 여자대표팀을 지휘하는 새라 머리 감독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얘기해봤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지금 우리의 현안에 집중하고 싶다"고 답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