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무성(49)이 냉혈인으로 안방극장을 수놓았다. tvN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주던 정 많고 따뜻했던 '택이 아빠'는 없었다. MBC '파수꾼'에서 윤승로 역을 소화한 그는 현실적인 갑의 권력을 보여줬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걸림돌이 되는 것이라면 모조리 없애는 사람, 사건을 조작할 때 느끼는 죄책감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완벽하게 윤승로에 몰입해 소름 끼치는 악역 연기를 보여준 그는 "그렇게 크게 내 이미지에 대미지는 없었다"면서 환하게 웃어 보였다. 오랜 연기경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여유였다.
-'파수꾼' 종영 소감은. "그래도 반응이 괜찮더라. 작품 내용에 대해서도 호의적이고, 시청률도 마지막까지 올라갔다. 보람이 있었다."
-윤승로 역은 실제 특권층의 민낯을 보는 느낌이었다. "일반적인 악역이라기보다는 권력자의 느낌 같다. 현재는 극단 대표를 안 하고 있지만, 처음에 극단 꾸렸을 땐 대표를 했다. 아직 경험이 적은 극단원이 많으니까 군림 아닌 군림을 하게 되더라. 그때 이 행동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갈등을 많이 하게 됐다. 윤승로란 캐릭터도 그런 것 같다. 마음대로는 할 수 있지만 양심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무조건 자기 행동이 옳다고 믿었다. 피해자가 생겨도 상관없다는 식이었는데 그게 바로 갑질이었다."
-어떤 점에 집중해서 연기했나. "최대한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주변 인물들이 그에게 복수하기 위한 울분에 찬 사람들이었다. 언젠가 괴로움을 토로하는 장면들이 나올 것 같아서 '어차피 그래 봐야 상관없어. 내가 세상의 중심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리액션이 최대한 적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만하게 보여야 하니 그 부분에 집중했다."
-김영광과 묘한 기 싸움이 흥미로웠다. "극 중 나는 저 친구의 정체가 궁금한 입장이었다. 그쪽은 내가 원수니까 감정은 숨기고 있어도 어느 정도 드러나게 표현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난 반대 입장이었으니 같이 부딪치는 느낌으로 가는 것보다는 말수를 적게 하고 받아주는 연기를 하는 게 더 자연스럽겠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작품을 한 후배 김영광, 이시영은 어떤 배우였나. "예의 바르고 좋은 친구였다. 장난기가 있어 장도한이라는 역할에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평상시에도 장난을 잘 치더라. 그 모습이 귀여웠다. 이시영과 촬영장에서 딱 한 번 만났다. 그래서 얘기를 거의 못 나눠봤다. 인사만 한 정도다. 김선영과도 청문회 현장에서 나 잡아갈 때만 봤다. 나보고 날로 먹는다고 뭐라고 하더라. 그쪽은 밖에서 고생하고, 난 사무실에서만 있어서. 출연료를 반으로 깎아야 한다고 하더라.(웃음)"
-마지막 월화극 2위와 동시에 10%를 돌파하며 종영했다. "기분 좋게 잘 끝난 것 같다. 근데 방송을 떠나서 주인공이 죽으니 대본을 볼 때 마음이 좀 슬펐다. 이왕이면 사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결말이 비참했다."
-이시영이 결혼 발표와 동시에 임신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깜짝 놀랐다. 현장에서 전혀 몰랐다. 기사로 봤다. 아무튼 건강하다니까 다행이다. 이제 출산할 때까지 몸이 근질거리더라도 아이를 위해 좀 참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