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까지 팀 홈런 160개(91경기)를 때려 냈다.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53개로 시즌을 마친다. 이 부문 역대 1위 삼성(2003년)이 기록한 213개를 가볍게 경신한다. 2003년 133경기 체제(현행 144경기) 기준으로 환산을 하더라도 팀 홈런은 230개를 훌쩍 넘는다.
홈런왕 레이스는 집안 경쟁이 됐다. 간판타자 최정이 33홈런으로 1위다. 2위 한동민이 7개 차이로 뒤쫓고 있다. 두 선수가 합작한 홈런이 무려 59개. LG 팀 홈런(56개)을 넘어서는 수치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 중인 타자만 현재 6명. 2011년 1군 데뷔 후 단 하나의 홈런도 없던 정진기가 이미 11홈런을 쳤다. 상·하위타선을 가리지 않고 홈런이 나온다.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는 이 타선에 보완점은 없을까. '홈런 군단'을 이끌고 있는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타율과 출루율이 좀 더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SK 타선에서 홈런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는. "홈런을 잘 칠 수 있는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3년 전쯤 팀 내부에서 (펜스 거리가 비교적 짧은) 구단의 특성을 살려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팀 방향을 그런 쪽으로 잡아 보자는 목소리였다. 그 이후 (정)의윤이와 (최)승준이를 데려왔다. 타격 연습할 때는 내야 땅볼을 못 치게 한다. 타격 시 발사 각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몇 년 전부터 강조하는 내용이다. 김무관(현 2군 감독) 코치님께서 1군 타격코치로 계실 때부터 공을 띄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
- 어느 정도 예상을 한 결과인가. "(김)동엽이하고 (한)동민이 그리고 (정)진기가 이렇게까지 잘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최정의 홈런도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너도나도 홈런을 치니까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최정은 타격 시 발사각이 좋다. 배트 스윙 궤도에 공이 맞아서 나가는 스타일이다."
- SK에서 힘이 가장 좋은 타자는? "제대로 타구를 때렸다는 가정하에는 김동엽이다."
- 의외로 파워가 있는 선수는? "나주환이다. 타격하는 걸 보면 발사각이 좋다. 타격 타이밍이 약간 늦어도 홈런을 만들 수 있다. (비거리가 짧은) 홈구장의 특성을 잘 이용하고 있다. 인천이나 대구에선 땅볼보다는 뜬공을 치려고 해야 한다."
- 많은 홈런과 별개로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타율과 출루율이다. 출루율은 젊은 선수들이 시즌을 치르면서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서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문제는 타율이다. 어느 정도는 쳐 줘야 하는데 기본이 안 되는 타자들이 꽤 많다. 박승욱이나 제이미 로맥이 대표적이다. 2할 초반이나 1할대 후반 타율을 기록하고 있으니 팀 타율이 올라갈 수 없다. 각자의 평균치만 해 주면 결과가 달라지겠지만 그게 되지 않는다. 출루율의 기본이 되는 것도 역시 타율이다. 타율이 2할 초반인데 3할 후반의 출루율을 어떻게 기록하겠나. 로맥은 타율이 1할이지만 장타가 많이 나오는 유형이라 OPS(장타율+출루율)가 좋다. 기형적인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 팀 삼진도 1위인데. "장타가 많으면 삼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장타와 삼진은 무조건 비례한다. 시즌 개막을 하기 전 '삼진을 많이 당해도 된다'고 선수들에게 말해 줬다. 다만 볼넷 비율을 어느 정도 맞춰 주는 게 중요하다. 삼진이 100개면 볼넷을 75~80개 정도 얻어 내야 한다. 이 비율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게 최정이다. 최정은 볼넷을 많이 골라내면서 4할 이상의 출루율을 이어 가고 있다. 다른 타자들은 최정 같은 비율이 나오지 않는다. 볼넷이 적다."
- 볼넷을 늘리기 위한 방법은 없나. "우리팀이 가장 약한 게 풀카운트 승부다. 출루율을 높이려면 풀카운트 상황에서 볼을 골라내야 한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타자가 투수를 이기기 쉽지 않다. 그러나 풀카운트는 타자와 투수가 동등하게 대결하는 상황이다. 공 1개를 골라내면 걸어서 나갈 수 있다. 이때 삼진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출루율이 낮다."
- 홈런이 나오지 않으면 경기력이 답답해지는 단점이 있다. "야구장을 찾아 주신 관중은 홈런이 많이 나오면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에이스를 상대할 때는 그만큼 경기를 풀어 나가는 게 쉽지 않다. 야구는 볼넷·출루·번트·안타를 모두 기록하면서 홈런까지 터지는 게 이상적이다. KIA나 두산은 이 비율이 잘 맞다. 우린 홈런만 많다. 타율이 갑자기 상승하기 쉽지 않으니까 출루율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 최정은 50홈런을 넘어설 수 있을까. "몰아치기에 능하지만 부진할 때는 한없이 못 친다. 사실 전반기 마지막 LG전에선 신정락이 등판하는 걸 보고 부진해서 교체하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감이 왔다'고 하더라. 그리고 홈런을 쳤다. 계산이 잘 서지 않는 선수다. 몰아서 치면 한 경기 4홈런도 가능하지 않나. 쉽지 않겠지만 홈런 50개를 칠 수 있는 페이스라고 생각한다. 동민이도 30개는 넘길 것 같다."
- 팀 홈런의 증가가 웨이트트레이닝과 연관이 있을까.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한 것도 3년 정도 됐다. 내 생각엔 힘이 기술을 이긴다. 프로에 올 정도면 누구나 시속 160㎞ 강속구를 때릴 수 있다. 하지만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도 늘어날 수 없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어떤 부분을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한데 우리팀은 트레이닝 파트에서 너무 잘해 준다. 시즌을 준비할 때도 타격 연습을 좀 줄이더라도 웨이트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 역대급 홈런 타선을 이끌고 있으니 뿌듯하지 않나. "약간은 기형적이다. 내년까지 이 분위기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타격감이 좋은 선수들로만 타선을 만들 순 없다. 2군에도 (1군에서 뛰지 못해) 아까운 선수들이 꽤 많다. 백업도 중요하다."
- 타선에 점수를 준다면. "장타력은 100점이다. 낮은 출루율을 고려하면 50점 정도다. 홈런 의존도가 높은 기형적인 타선이라서다. 이런 상황에선 홈런을 6개 치고도 7점밖에 못 뽑을 수 있다. 3타자 연속 홈런은 기록해도 3타자 연속 안타는 치기 힘든 타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