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0일. 7년 하고도 두 달이 더 걸렸다. 롯데 조정훈(32)이 승리투수가 되기까지 말이다.
조정훈은 지난 22일 광주 KIA전에서 0-0으로 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2사 후 볼넷 두 개를 내줬지만 실점은 하지 않았다. 탈삼진 하나를 곁들여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롯데는 9회 결승점을 뽑아 조정훈을 승리투수로 만들어 줬다. 2010년 5월 20일 군산 KIA전 이후 조정훈이 처음으로 '1승'을 추가한 순간이었다.
조정훈에게도, 롯데에도 의미 있는 승리다. 조정훈은 2009년 14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오른 투수다. 한때 롯데 토종 에이스였다. 그러나 2010년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수술을 두 번 더 했다. 재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는 사이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창 투수로서 전성기를 구가해야 하는 시기에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2017년 7월 9일 사직 SK전. 조정훈은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고 1군에 복귀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이제 (조)정훈이는 한 번 더 아프면 은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더 (기용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고 했다. 다행히 조정훈은 이날 0-6으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편한 상황에서 나설 수 있게 감독이 배려했다. 2583일 만에 출전한 1군 경기. 그는 1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후 5경기에 더 나왔다. 6경기에서 6이닝 동안 1피안타 6볼넷 무실점. 그동안의 기나긴 공백을 생각하면 기대 이상의 활약이다. 주 무기인 포크볼이 여전히 위력적이다. 단순히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 아니라 전력에 큰 보탬이 된다. 부상 재발의 위험을 안고 있어 투구 이닝을 늘리지 못할 뿐, 롯데 불펜에 강력한 힘을 싣고 있다.
세 번의 수술을 이겨 낸 조정훈의 투지는 중위권 순위 전쟁에 한창인 롯데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롯데는 난적으로 여겼던 선두 KIA와 주말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마감했다. 첫 두 경기 모두 1점 차로 승리했다. 5위 LG가 6연승으로 달려 나갔지만, 뒤처지지 않고 열심히 쫓고 있다. 22일까지 3위 두산과 3.5경기 차, 5위 LG와 3경기 차다.
조정훈은 마운드에 오를 때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한다. 건강한 조정훈은 언제든 롯데 마운드의 기둥이 될 수 있는 투수다. 롯데도 요즘 같은 희망을 품는다. '조정훈이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조정훈이 2620일 만에 따낸 1승은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 조정훈이 7년여의 고난을 잘 이겨 냈다는 훈장이다. 롯데가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