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에선 엉뚱하게 수비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수비의 기본은 잘 잡고, 잘 던지는 것 아닌가. 하지만 기본기가 흐트러진 모습이 자주 나온다.
크게 두 가지 상황이다. 우선 주자가 3루에 있을 때다. 상대가 전진수비를 하면 타구의 강약을 잘 보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아주 느린 타구가 아닌 이상 아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야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는 더욱 이 확률이 올라간다. 그러나 주자가 무리하게 홈 쇄도를 택해도 송구가 빗나가서 세이프 되는 장면이 곧잘 연출된다.
주자가 2루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외야 쪽으로 안타가 나오면 야수들이 판단을 잘 해야 한다. 공을 어디로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무리하게 홈으로 송구해서 득점도 내주고 타자가 2루까지 진루하는 장면이 꽤 자주 나온다. 타구 판단이 전혀 되지 않는 셈이다. 송구했을 때 홈에서 아웃을 잡을 수 없다면 무리하게 플레이해선 안 된다. 또 다른 주자까지 한 베이스 더 보내는 행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최근 인상 깊게 본 경기가 있다. 지난 21일 광주 KIA-롯데전이었다. 3회 1사 3루에서 롯데 신본기가 전준우의 내야땅볼 때 득점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홈으로 들어오면 안 됐다. 전진수비를 하던 KIA 1루수 김주찬 정면으로 타구가 빠르게 갔다. 문제는 수비였다. 홈 송구가 높게 날아가면서 주자가 세이프 됐다. 포수가 공을 잡았지만 태그보다 주자의 손이 더 빨랐다. 충분히 아웃이 나올 수 있었지만 디테일이 아쉬웠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더욱 큰 문제는 23일 대구 삼성-LG전에서 나온 LG 안익훈의 수비였다. 6-8로 뒤진 8회 2사 1·3루에서 평범한 외야 플라이를 놓쳤다. 선수도 사람이니까 공을 놓칠 순 있다. 그러나 좀 더 안정적으로 수비를 할 필요는 있었다. 요즘엔 외야수들이 대부분 투 핸드가 아닌 원 핸드 캐치를 한다. 외야에서 포구를 할 때는 눈높이에서 두 손으로 공을 잡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일부러 원 핸드로 수비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안익훈도 원 핸드로 공을 잡으려 했다.
롯데가 전반기에 고전했던 이유 중 하나가 수비였다. 투타에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성적이 기대 이하였던 게 야수들의 엉뚱한 송구와 플레이가 경기 곳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 부문만 수정되면 얼마든지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 순위표에서 뒤로 처져있는 팀들은 대부분 수비가 약하다. kt도 마찬가지다. 23일 고척 넥센전에선 2루수 김연훈이 5회 실책을 범했다. 넥센 장영석의 타구를 정면으로 처리하려고 몸을 움직이다가 포구하지 못했다. 백 핸드 캐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타구가 빨라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판단이 잘못됐다. 이와 반대로 안정적으로 포구해야하지만 백 핸드 캐치를 시도하다가 타구를 놓치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요즘 경기 후반 1루와 3루 선상에 붙어서 수비하는 경우가 꽤 많다. 1점차나 동점에선 한 베이스를 더 내주는 걸 막기 위한 작전이지만 2~3점을 이기고 있을 때는 일반적인 수비를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미세한 수비에서의 실수로 경기 흐름을 한 번에 내줄 수 있다. 성적이 좋지 않은 팀들은 어렵게 점수를 내고 쉽게 점수를 까먹는다. 수비에서의 판단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코치들이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무더운 여름철에 경기를 치르면서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 이런 시기에 나오는 실수는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강팀은 수비가 강하다. KIA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가 하는 외야 수비는 우리 선수들이 배울 부분이 많다. 버나디나가 속한 KIA는 수비가 탄탄하다. 내야는 김선빈과 안치홍이 지킨다. 2위팀 NC도 손시헌·이종욱·김성욱 등의 수비가 매끄럽다. 두산을 시즌 초반부터 우승후보라고 평가했던 이유 중 하나도 수비다. 포수 양의지와 외야수 민병헌을 비롯해 내야에 포진한 김재호·허경민·오재원 등이 모두 디펜스가 강하다. 보이지 않는 힘이다.
반면 kt·삼성·한화 등 하위권 팀들은 이 부분이 헐겁다. LG는 유격수 오지환이 잘 해주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실책을 한다. 3루를 맡아줬던 루이스 히메네스가 교체되면서 내야가 약간 헐거워진 느낌이다. 결국 점수를 쉽게 주느냐 어렵게 주느냐가 중요한데, 수비에서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난다.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에선 특히 절실할 수 있다. 1점차 승부가 예상될 때는 수비만큼 중요한 게 없다. 일본을 비롯한 야구 강국도 결국 탄탄한 수비가 토대를 이룬다.
상황을 잘 판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갑작스럽게 수비력이 좋아지긴 힘들기 때문에 시일을 두고 여유를 가지면서 생각해야 할 문제다. 수비에서 승패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작아 보이지만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