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A 설현'이 아닌 '영화배우 김설현'으로 나서는 설현의 출사표다. '강남1970(유하 감독)'을 통해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른 설현이 2년만에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으로 다시 한 번 스크린 문을 두드린다.
전작 '강남1970'에서 주인공 이민호의 동생으로 짧지만 인상깊은 존재감을 뽐낸 설현은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설경구의 딸로 분해 새로운 변신을 꾀한다. 무대에서의 화려한 모습은 말끔히 벗어 던진 채 오로지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빠에게 지극정성을 다하는 은희의 얼굴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를 통해 사실상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설현은 '강남1970' 때와는 입지부터 달라졌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개봉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그 사이 설현은 본인의 인지도를 더욱 높였고, 충무로 내에서도 누구의 대타가 아닌 1순위로 시나리오를 받는 연기돌 톱5로 치고 올라섰다.
실제 설현은 최근 사극 영화 '창궐(김성훈 감독)'과 '안시성(김광식)' 캐스팅 제의를 동시에 받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출연을 확정지은 작품은 '안시성'. 심지어 '창궐'은 설현에게 먼저 시나리오가 건네졌다가 고사 후 수지에게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충무로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요계에서는 난다긴다하는 그룹의 멤버들도 러브콜을 받기 보다는 비공개 오디션을 자청하는 등 내부 오디션을 치르는 것이 정석이다. 수지·윤아·설리 등이 그나마 걸그룹 멤버 혹은 출신으로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른 케이스라는 후문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한 유명 걸그룹 소속사에서는 캐스팅이 아닌 '오디션만이라도 보게 해 달라'고 요청을 해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결국 캐릭터와 이미지가 맞지 않아 우리 측에서 정중하게 다음을 기약했지만 연기돌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이돌 멤버들은 워낙 스케줄이 바빠 시나리오를 건네도 출연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욕심나는 작품과 캐릭터라면 선택할 것이고, 제작사 측에서도 욕심나는 연기돌이라면 어떻게든 스케줄은 맞춰 줄 것이다. 물론 그 정도로 탐나는 연기돌은 손에 꼽힌다"고 단언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은 분위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어느 정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배우들을 봐도 드라마에서 통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영화에서 더 잘 먹히는 배우들이 있지 않냐. 최근 멀티 활약이 빛나는 배우들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설현은 어떻게 충무로의 애정을 받게 됐을까.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비주얼과 인지도다. 연기력은 아직 평가하기 이르지만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놓고 봤을 때 설현이 우선순위에 놓이게 된다고. 관계자는 "현대극·시대극·사극 등 장르를 불문하고 통하는 매력도 한 몫 한다"고 전했다.
투자 관계자는 "걸그룹은 비중이 작은 캐릭터에 연기력이 보통 이상이 되면 단지 캐릭터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 주변 서브 캐릭터까지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설현은 오는 8일 제작보고회를 통해 공식적인 홍보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언론 매체들과의 인터뷰도 조율 중인 상황. 이번 인터뷰는 설현이 영화배우로 나서는 첫 번째 인터뷰이자 초아 탈퇴 등 AOA의 멤버 변화 후 진행되는 첫 인터뷰이기도 하다. 연기에 대한 설현의 깊이있는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 하는 순간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짊어지게 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 진통을 겪은 이들도 상당하다. 설현은 영화배우로 꽃길만 걷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