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중심타선 3~5번은 구자욱(24)-다린 러프(31)-이승엽(41)이 형성한다. 셋은 1일까지 홈런 54개를 합작해 팀 홈런(95개)의 57%를 해결했다.
특정 선수 한 명이 독보적으로 활약하지 않는다. 서로 비슷한 페이스로 나아가고 있다. 팀 내 홈런 1위도 자주 뒤바뀐다. 6월까지는 세 명 모두 14홈런을 기록했다. 구자욱이 7월 2일 SK전에서 15호 홈런을 터뜨리자 이승엽이 이틀 뒤인 4일 롯데전에서 멀티 홈런을 쳐 다시 팀 내 홈런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자 러프가 8~9일 넥센전에서 이틀 연속 홈런을 때려 내며 이승엽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했다. 이어 19일 롯데전서 홈런 1개를 추가해 팀 내 1위로 올라섰다.
이승엽과 구자욱도 지지 않았다. 26일 NC전서 나란히 홈런을 뽑아내면서 세 명 모두 시즌 홈런 개수가 17개로 똑같아졌다. 1일까지 홈런은 구자욱 19개, 러프 18개, 이승엽 17개다.
삼성은 올 시즌 전 장타력 감소가 예견됐다. 최근 몇 년간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줄줄이 빠져나가서다. 2015년 팀 홈런의 약 65%를 책임진 최형우(33개·KIA), 박석민(26개·NC), 야마이코 나바로(48개·재계약 실패), 채태인(8개·넥센) 중 현재 삼성에 남아 있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코칭스태프에선 "홈런을 쳐 줄 선수가 이승엽·구자욱·러프 정도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들 셋이 팀 홈런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자 조동찬(9개), 이원석(8개), 김헌곤(7개) 등 다른 타자들도 분발하고 있다. 삼성은 1일까지 팀 홈런 95개로 6위에 올라 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팀 내에서 기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이승엽, 구자욱, 러프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구자욱은 2015~2016년과 비교하면 정확성이 다소 낮아진 반면 장타력은 크게 향상됐다. 의도한 변화다. 장타자가 줄어든 팀 내 환경 때문이다. 붙박이 3번 타순에 기용되면서 '콘택트' 위주가 아닌 '자기 스윙'을 한다. 지난해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14개)은 일찌감치 넘어섰다.
올 시즌에는 땅볼(73개)보다 뜬공(107개)이 훨씬 늘어났다. 늘어난 삼진에 크게 개의치 않고 땅볼을 더 싫어한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자욱이가 지난해에는 몸이 앞으로 나가면서 공을 맞히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제자리에서 풀스윙을 한다"고 평가했다.
러프는 시즌 초반 부진을 만회하고자 구슬땀을 흘린다. 4월까지 타율 0.150에 2홈런으로 좋지 않았고, 팀도 최하위에 머무르면서 마음고생이 더 심했다. 2군까지 다녀온 탓에 외국인 타자로서 팀에 면목이 없었다. 그러나 5월 이후 달라졌다. 홈런 16개를 뽑아 내며 중심타자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구보다 가장 의욕적인 선수는 이승엽이다. 올 시즌이 현역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해라서다. 지난해에는 KBO 리그 역대 40대 선수 중 가장 많은 홈런(27개)을 쏘아 올렸고, 올해 역시 1차 목표인 20홈런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타석 대비 홈런이 오히려 늘어났다.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나는 도루를 하거나 안타를 많이 치는 선수가 아니다"며 더 많은 홈런을 터뜨리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