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작가는 2013년 SBS 극본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이듬해 MBC 극본공모 미니시리즈부문 우수작을 받았다. 2014년 '강구이야기'로 입봉, 이후 3연속 JTBC 미니시리즈를 히트시키며 배우들이 작업하고 싶은 작가 1순위로 떠올랐다.
그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입봉이 상당히 느리다. 그 과정은 험난했다. 10여 년 전 쓴 영화 시나리오를 빼앗기고 큰 상처를 받아 다신 글을 안 쓴겠다고 다짐하며 대구로 내려가서 영어학원을 차렸다. 10년 동안 운영했고 학원이 잘되어 돈을 많이 벌었는데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란 생각을 계속했다. 그렇게 해서 일주일 만에 쓴 '강구이야기'가 SBS 공모전에서 당선됐다. 그러면서 글에 대한 욕심은 더 커졌고 본격적으로 펜을 잡았다.
시작은 2014년 방송된 JTBC '사랑하는 은동아'다. 20년간 한 여자만을 사랑한 남자의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첫사랑과 기억상실증 소재지만 뻔하지 않게 풀어내며 남다른 감각을 자랑했다. 다른 작품들이 트렌디한 매력을 좇아갈 때 아날로그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글로 시청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김사랑은 이 작품의 최대 수혜자였다. '시크릿가든' 이후 복귀작을 고르지 못 했던 김사랑은 '사랑하는 은동아'에 출연하며 연기력까지 재조명받으며 '국민첫사랑' 반열에 올랐다. 어린 주진모를 연기한 갓세븐 진영도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디뎠다.
'사랑하는 은동아'와 달리 코믹을 내세운 '힘쎈 여자 도봉순'은 허를 찔렀다. 작고 아담한 여자지만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박보영(도봉순)의 이야기. 세상 가장 여릴 것 같은 박보영이지만 괴력을 발휘할 때마다 새로운 매력이 샘솟았다. JTBC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은 '힘쎈 여자 도봉순'이 가지고 있다. 9.668%. 이 기록의 턱 밑까지 따라온 게 백미경 작가의 작품인 '품위있는 그녀'다. 지난 14회가 9.131%를 기록, 남은 6회 동안 역대 최고시청률을 갈아엎는건 예견된 일이다.
최근 어딜가도 남녀 불문, 둘 이상이 모이면 '품위있는 그녀' 얘기로 꽃을 피운다. 단순히 드라마 시장을 넘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임신·불륜·싸움·오해 등 버라이어티한 사건이 휘몰아치나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품위'있다.
김희선과 김선아 모두 이 작품으로 재조명 중이다. 김희선은 '제8의 전성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모와 연기 모두를 잡았다. 두 사람 외에도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배우들이 비중있는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문화평론가 이호규 교수는 "작품의 성공만큼 주목할 점은 백미경 작가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그 작품이 곧 인생작이 돼 버리는 작가가 가진 캐릭터 구축의 힘이다. 서사의 힘 만으로 주·조연 구분 없이 출연한 모든 배우들에게 인생 연기를 펼치게 하는건 작가의 능력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