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433억원대의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12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부회장 뇌물공여 혐의 결심 공판에 직접 참여한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번 사건이 '정경유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5명에게 7~12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박 특검은 "피고인들의 범행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 범죄로 국민 주권의 원칙과 경제 민주화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이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처벌만이 국격을 높이고 경제 성장과 국민 화합의 든든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삼성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으로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해졌다"며 "이런 현안 해결의 시급성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최순실이 요청한 재단 설립이나 정유라의 승마 훈련, 영재센터 운영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금 지원 필요와 접합돼 정경유착의 고리가 다른 재벌보다 앞서서 강하게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박 특검은 "이에 따라 굴욕적으로 최순실씨의 딸에 대한 승마 지원을 하게 됐고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조성 및 영재센터 후원을 적극적으로 했다"며 "이것이 이 사건의 실체인 바, 전형적인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예"라고 강조했다.
박 특검은 "피고인들의 범행 중 재산국외도피죄의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인 점, 피고인들이 범행을 부인하며 그룹 총수인 이재용 피고인을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며 대응하는 점, 특히 이재용 피고인은 이익의 직접적 귀속 주체이자 최종 의사 결정권자임에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점 등 참작할 만한 정상이 없다"고도 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삼성 전직 고위 임원인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공소 사실을 모두 이해할 수 없지만 모두 제 탓"이라며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해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내가 이득을 취했다고 하지만 절대 아니다.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은 심한 오해"라며 "이런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기업인이 될 수 없다"고 변론했다.
삼성 변호인 측은 "견강부회(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주장)"라며 "피고인들은 승마나 재단 지원을 부인하지 않는다. 삼성의 지원 행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따라 진행됐고 이후 최순실과 측근에 의해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 측은 "최순실씨 모녀의 승마 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 주요 뇌물 공여 혐의는 수동적으로 참여한 것일 뿐 비선실세의 영향력은 알지 못했다"며 "영재센터 후원 등에 이 부회장이 관여한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최종 결론을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에 선고할 예정이다. 이 재판은 대법원이 이달부터 1·2심 선고 중계를 허용한 이후 첫 번째 생중계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