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세계 최강'의 나라에서 온 중진융(59) 코치의 목표이자 바람은 한국 선수들의 성장이었다.
9일 오전 탁구공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한 태릉선수촌 탁구장에 날카로운 '중국어 호령'이 들려 왔다. 여자 탁구대표팀이 사용하는 코트 한쪽 구석에서 중 코치가 쉴 새 없이 공을 쳐 주며 지시사항을 읊고 있었다. 옆에선 안재형(52) 감독이 통역해 선수들에게 중 코치의 말을 전달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연신 날아오는 공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선수들은 새 중국인 코치의 가르침을 놓치지 않으려 귀 기울이며 라켓을 휘둘렀다. 땀범벅이 돼 숨을 헐떡거려도 훈련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이날 오전 내내 전지희(25·포스코)와 이시온(21·KDB대우증권) 등 선수들을 열성적으로 지도한 중 코치는 훈련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났다. 지난달 한국에 와서 실업대회를 둘러보는 등 바쁘게 지낸 중 코치는 지난 2일 태릉선수촌에 들어와 대표팀 선수들과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중점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문을 연 중 코치는 "한국 여자 탁구는 전통적으로 강했고, 특유의 날카로움이 있었다. 한국 선수들의 능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표팀에서 그가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는 '에이스 키우기'다. 중 코치는 "한국은 에이스와 에이스가 아닌 선수 간의 실력 차가 크지 않다. 탁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기와 파워, 회전인데 이 핵심 요소에서 뛰어나 보이는 선수가 없다"고 날카롭게 분석했다. 이어 "한국을 대표할 만한 에이스를 키우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선수들이 탁구에 대한 사랑, 열의를 더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중 코치는 대한탁구협회가 한국 여자 탁구의 기량 향상을 위해 야심차게 영입한 인물이다. 대한탁구협회는 지난달 21일 중 코치 선임을 공식 발표하면서 "여자 탁구대표팀의 경기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후보자를 그동안 여러 방면으로 물색한 끝에 중 코치를 선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외국인 코치 영입이라는 강수를 둘 정도로 한국 여자 탁구가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단체전에서 처음으로 8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최근 두 차례 세계선수권에서도 16강 탈락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해 비판을 받았다.
다가올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 그리고 더 나아가 2020 도쿄올림픽까지 생각하면 여자 대표팀의 기량 향상은 최우선 과제였다. 그리고 이를 위한 비장의 카드가 바로 '세계 최강' 중국 대표팀을 20년 넘게 지도한 '베테랑' 중 코치의 영입이었다. 중 코치는 남녀 대표팀 1, 2팀을 고루 맡아 장지커(29)와 마롱(29), 쉬신(27), 팡보(25) 등 세계 최강으로 손꼽히는 선수들을 청소년 시절부터 지도한 경력의 소유자다. 영입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양국 탁구협회의 긴밀한 교류로 중 코치의 한국행이 성사됐다.
중 코치는 한국 선수들이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는 중국을 넘어 시상대의 맨 꼭대기에 설 수 있겠냐고 묻자 웃으며 "내가 있는 동안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원히 이기는 팀은 없다"고 답한 뒤 "한국 선수들이 시상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