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 신태용(47) 감독은 14일 오전 10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8월 31일 이란 9차전 홈·9월 5일 우즈베키스탄 10차전 원정)에 나설 엔트리 26명의 명단을 발표한다.
신태용호에 승선할 26명은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구해야 하는 특명을 안고 있다.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시점이어서 일명 ’월드컵 구조대’라는 의미가 오버랩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의 새 축구 영웅’으로 거듭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운명의 날’인 것이다.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승점 13)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선두 이란(승점 20)에 이어 A조 2위에 머물고 있다. 3위 우즈베키스탄(우즈벡·승점 12)에 겨우 승점 1점 앞서 있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직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태용 감독이 꺼낼 ’승선 카드’의 색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에 이어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신 감독은 발표 이틀전인 12일에도 현장(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슈퍼매치)을 찾아 마지막까지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지난달 4일 부임한 그는 줄곧 전국 K리그 경기장을 누비며 ’옥석 가리기’에 바빴다. 이제 그 누구도 가까이에서 본적이 없는 ’신의 혁신 구상 노트’가 열린다. 평소 ’메모광’으로 알려진 그는 현장을 찾을 때마다 자신이 관찰한 선수들의 특징을 꼼꼼하게 적었다. ’신(新) 국가대표 사용설명서’인 셈이다. 신 감독이 지난 40일간 쉬지 않고 완성한 메모는 수십 장에 달하는데 이것을 하나로 묶은 것이 바로 ’신태용팀 1기다.
신 감독은 최종예선 엔트리(23명)보다 3명을 더 소집한다. 부상에서 재활 중이지만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주장 기성용(28·스완지시티)과 에이스 손흥민(25·토트넘)을 포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지난 9일 "부상 중인 기성용은 소속팀 스완지시티와 잘 의논해 대표팀에 부르려 한다. 경기에 뛰지 못하더라도 주장의 역할을 맡기고 싶다"며 발탁 의지를 밝혔다.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골잡이 손흥민도 기성용과 비슷한 역할을 맡기겠다는 생각이다.
신 감독이 기존 주축 선수들을 중용하면서 이번 대표팀도 슈틸리케 감독 시절과 비교해 새로운 얼굴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같은 멤버로 다른 결과를 만들 '신의 한 수'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선수들의 활용법과 이들을 이용한 전술 구성이 이란과 우즈벡전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신태용 감독의 '신(新) 국가대표 사용설명서'의 핵심 노트에 달렸다.
승리의 키(key)가 될 공격의 선봉은 '신태용의 아이들'인 황희찬(21·잘츠부르크)에게 맡길 가능성이 유력하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소속팀 8경기에 출전해 무려 5골을 폭발시키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6월 13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전에서는 성인 대표팀 데뷔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황희찬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는 게 신 감독의 강점이다. 신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감독 시절이던 2015년 10월 19세였던 그를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황희찬은 신 감독의 부름에 보답했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골을 기록하는 등 한국의 8강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슈틸리케 감독이 외면했던 현재 K리그 클래식 토종 득점 1위(14골) 양동현(31·포항 스틸러스)도 신 감독에게는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2선 공격 자원에는 대표팀 경험이 풍부한 이근호(32·강원FC), 이재성(25·전북 현대), 염기훈(34·수원 삼성)과 신 감독의 올림픽팀 애제자 이창민(24·제주 유나이티드), 권창훈(24·디종), 문창진(24·강원) 등이 출격 준비 중이다.
2연전을 승리로 장식하기 위해서는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중앙 수비도 개선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신의 한 수'는 신·구의 조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 감독이 최근 중국까지 건너가 기량을 체크하려 했던 김영권(광저우)의 선발 가능성이 큰 편이다. 김영권의 파트너로는 대표팀 경험이 없는 신예 김민재(21·전북)와 권경원(25·톈진)이 기존 장현수(26·FC도쿄)를 제치려 하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21일 조기 소집돼 훈련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