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전. 양현종은 7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17승째를 거뒀다. 바로 고질적인 약점인 '하반기 징크스'를 날려 버린 덕분이다.
이날 승리로 2010년과 2014년 기록한 종전 개인 한 시즌 최다승(16승)을 넘어섰다. 지난달 13일 NC전에선 개인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다. KBO 리그 역대 28번째이자 왼손 투수로는 역대 5번째였다. 굵직한 기록을 써 내려가며 2017년을 최고의 시즌으로 만들어 가는 중이다.
최고의 시즌을 향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선 역대 세 번째로 좌완 투수 20승을 노린다. 현재까지 1985년 삼성 김일융, 1995년 LG 이상훈(현 LG 피칭아카데미 원장) 등 2명만이 '좌완 20승' 고지를 밟았다.
특히 양현종은 남은 7~8번의 등판에서 3승만 추가하면 20승을 달성하게 된다. 올 시즌 승률(85%)을 고려하면 성사 가능성이 높다. 최근 3년 동안 10승을 앞두고 아홉수 탓에 고전하지도 않았다. 20승을 달성하면 1990년 선동열(해태 소속) 국가대표팀 감독 이후 27년 만에 '타이거즈 출신 20승 투수'가 된다. 도전 의지도 강하다.
양현종은 "20승은 운이 따라 줘야 할 수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현재 팀 상황과 좋은 흐름을 고려해 봤을 때 감히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데뷔 뒤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시즌 다승왕 등극도 욕심나는 목표다. 헥터 노에시(KIA)와 집안 대결이 될 공산이 크다. 15일 현재 15승을 거둔 헥터에 2승 앞서 있기 때문이다. 후반기 페이스를 고려하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3위 그룹은 5승 이상 차이가 난다.
그는 "개인 최다승을 했다. '이런 기회가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승왕 욕심도 든다. 무너지지 않고 버텨 낸다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헥터와 경쟁도 긍정적이다. 경쟁 시너지가 팀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예전의 양현종은 '후반기 징크스'에 시달렸다.
승승장구하던 전반기의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구속 저하로 변화구의 위력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이던 2010년부터 비슷한 코스를 밟았다.그해 전반기 12승(3패)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했지만 후반기는 4승(5패) 평균자책점 5.88에 그쳤다. 2013년에는 전반기 첫 13경기에서 9승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하며 다승 1위 평균자책점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해 6월 말 우측 옆구리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고, 복귀한 뒤에는 1승도 거두지 못했다. 2014~2016년 평균자책점도 전·후반기를 비교했을 때 0.72~2.06점까지 차이가 났다.
◇ 후반기 징크스 극복, 한 단계 성장
그러나 올해는 반대다. 후반기에 더 견고하다. 후반기 5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완투승(7월 27일 SK전) 포함 4승을 거뒀고, 평균자책점도 1.85에 불과하다. 세부 기록도 좋아졌다. 피안타율은 전반기 0.273에서 후반기 0.165까지 떨어뜨렸다. 후반기 이닝당출루허용률(WHIP·0.88)은 한 명이 채 안 된다.
양현종도 후반기 부진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그는 "체력 부침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올 시즌 변화는 마음가짐에서 찾았다. 양현종은 지난 5월 20일 두산전부터 3경기 연속 6점 이상 내줬다. 올 시즌 처음 맞은 슬럼프였다. 이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한창 부진할 때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야구에 대한 이전 내 가치관을 돌아봤다"고 전했다.
정신적으로 재충전을 했고, 새로운 지향점을 갖고 마운드에 섰다. 지난해 200이닝을 소화했고, 시즌 종료 뒤엔 어깨 통증으로 재활을 했다. 3월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도 참가했다. 예년보다 피로감이 더 큰 시즌이다. 하지만 내구성을 증명했다. 고질적인 약점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 무거운 어깨, 철저한 몸 관리
현재 그의 어깨는 무겁다. 전반기 14연승을 했던 헥터는 후반기 첫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하며 주춤했다. 신예 임기영과 정용운도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팀은 전반기 상승세가 꺾였다. 양현종이 중심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몸 관리에 각별하다. 올 시즌도 200이닝 이상 소화하면 LA 다저스 류현진(2006~2007년) 이후 토종 투수로는 처음으로 '2년 연속 200이닝'을 달성한다. 하지만 욕심내지 않는다.
그는 "잠시 접어 두겠다. 중요한 경기가 많이 남았다. 다음 경기에서 건강한 몸 상태로 등판하기 위해서는 무리해서 이닝 소화에 집착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KIA가 정규 시즌에서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1~2차전 중 한 경기는 그의 등판이 유력하다. 2009년 SK와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는 승 수를 얻지 못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팀을 우승시키고 한 발 나아가는 2018년을 맞이하려는 '동기부여'가 한층 나아진 양현종을 만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