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최원태(20)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서울고 에이스로 활약하다 2015년 넥센에 1차 지명을 받았다. 첫해는 2군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지난해 1군에 데뷔했다. 17경기에서 61이닝을 던져 2승3패 평균자책점 7.23을 기록했다.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 정도로 만족했다.
올해는 훌쩍 도약했다. 출발은 5선발이었다. 스프링캠프 성과가 좋아 극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이후 성적은 기대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올 시즌 팀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유일한 투수다. 벌써 126이닝을 던졌다. '차세대 에이스'라는 수식어에서 앞 단어를 떼어 내도 무리가 없다.
특히 지난 한 주는 기념비적이었다. 일주일 동안 2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08로 맹활약했다. 13일 고척 한화전에선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10승째를 올려 데뷔 첫 두 자릿수 승 수 고지도 밟았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이 8월 둘째 주 주간 MVP로 최원태를 선정한 이유다.
- 지난주 2승을 올리고 시즌 10승 고지도 밟았다. 조아제약 주간 MVP다.
"일주일에 두 번이나 승리투수가 돼 기분이 좋았다. 주간 MVP로 뽑힌 것도 기쁘다. 사실 시즌 시작할 때는 10승을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큰 목표 없이 그저 선발투수를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전부였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시즌 처음부터 계속 선발로 써 주셔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더 좋은 것 같다."
▲사진=연합뉴스 - 그만큼 선발투수로서 믿음을 줬다는 의미 아닐까.
"내가 썩 잘한 건 아니었는데도 일단 계속 믿고 내보내 주셔서 이만큼 온 것 같다. 선발로 준비는 했지만 언제든 불펜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하기도 했다. 다행히 계속 로테이션을 지켰다.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 지난해와 올해의 차이는 역시 투심패스트볼(투심)일까.
"아무래도 그렇다. 박승민 코치님께서 투심 던지는 법을 알려 주셨다. 코치님 덕분에 126이닝이나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투심을 개막 전까지 제대로 던져 본 적이 없다. 그전에도 코치님이 말씀은 몇 번 하셨지만 내가 시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시즌 첫 등판 때 3회까지 게임이 잘 안 풀리니 코치님이 '올라가서 한 번 투심을 활용해 보라'고 하시더라. 마운드에 올라가서 던져 보니 예상보다 더 잘 통했다. 그때부터 마음 놓고 계속 던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에게 가장 큰 무기가 됐다."
- 이제는 포심패스트볼(직구)을 거의 던지지 않고 투심만 쓴다.
"아예 직구 대신 투심으로 대체하고 있다. 처음엔 불안했지만 안 되니까 한 번 해 보자는 심정으로 변화를 줬다. 생각 이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 이것도 운이 좋았다. 그래서 투심을 처음 던졌던 올 시즌 첫 등판은 내 선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이 될 것 같다. 내 길을 찾았으니까."
- 10승이라는 큰 목표 하나를 이뤘다. 다음 목표가 있나.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지 않고 시즌 끝까지 던지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도 '성적이 나오려면 꾸준히 경기에 나가야 하고, 그러려면 아프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시즌을 치렀다. 야수 형들이 득점도 많이 올려 주시고 좋은 수비도 많이 해 주셔서 늘 감사드린다."
- 아직 포스트시즌이나 성인 국가대표 경험이 없다. 올해 겨울은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인데.
"먼저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는 나도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국가대표 역시 뽑아만 주신다면 꼭 나가고 싶다. 큰 영광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선발로 롱런하면서 항상 꾸준히 많은 이닝을 소화해 주는 투수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