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할까, 안통할까 고민을 버렸다. 잘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면 소신있게 그대로 밀고 나갔다. 최근 역주행에 성공한 '좋니'가 대표적인 예다.
'좋니'는 윤종신이 수장으로 있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플랫폼 '리슨'에서 탄생한 곡이다. 지난 6월 발표해 100위권으로 진입, 차근차근 한 단계 씩 오르다가 지난 16일엔 국내 대표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1위를 차지했다. 1위 소감을 묻자 "우리만의 발라드 정서가 아직 살아 있는 듯해서 기쁘고 발라드인으로서 역주행하고 있어 기뻐요. '좋니'는 오래도록 사랑받는 곡이 될 것 같아요. 저변이 넓은 곡이거든요. 그게 이상적인 히트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간 윤종신' 8월호를 작업합니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2010년부터 매월 '월간 윤종신'을 발행해 어느덧 100회를 앞두고 있다. 아무도 시도조차, 시도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작업이다. 매월 신곡을 발표한다는 건 아티스트에게 쉬운 게 아니다. 윤종신처럼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 열정과 창의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월간 윤종신'의 포맷은 후배 아티스트들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아이돌까지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음악 영역을 한층 넓혔다. 여기에 JTBC '팬텀싱어' 멘토로 활약하며 크로스오버계에도 진출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합류했다. 베테랑 가수지만 '팬텀싱어'를 통해 가창을 배우고 있었다. 박상돈과 손태진을 미스틱에 영입하며, 대중음악과 새로운 결합을 유도했다. 음악 시장 개척의 중심에 선 셈이다.
"'팬텀싱어'에 출연한 사람을 스타로 만들고, 연예계로 데리고 와야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웃풋이 결국 스타잖아요. 정확하게 말하면 크로스오버라는 장르가 지속 가능하게 가기 위해선 스타가 나와야 해요."
때로는 진지하면서 유쾌하게, 또 야망가 다운 발언을 하다가도 철학가 적인 면모도 드러냈다. 대형 플랫폼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마다하지 않았다. 취중토크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①편에 이어
-슬럼프는 없었나요. "대중음악가라는 직업 특성상 대중에게 반응이 없을 때 슬럼프를 겪어요. 대중은 대중가수에게 큰 심판대잖아요. 하지만 내가 음악을 하고 안 하고 잣대를 대중에 두지 않기로 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추구하는 것을 하는 거죠. 그래서 '월간 윤종신'도 매달 냈어요. 처음엔 '왜 저런 걸 해?' 이런 반응이었는데 3년 정도 되니까 괜찮다는 반응이에요."
-대중에 판단을 맡기지 않겠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예를 들어 Mnet '슈퍼스타K'의 경우 시즌4까지 사람들이 참신하게 봤어요. 하지만 순식간에 돌변했죠. 재밌다고 했던 사람들이 지겹다, 재미없다면서 돌아섰어요. 그 위기를 딛고 프로그램을 지켜내면 전통이라고 해주긴 하지만 뛰어넘기 쉽지 않죠. 그래서 대중을 믿지 않아요. 날 믿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엔터테인먼트라는 것 자체가 호(好)를 상대하는 직업이에요. 불호를 변화시킬 순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는데 대중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참고 견뎌야 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인정받을 수 있거든요. 대중을 나쁘게 본다는 게 아니라 주체를 내 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말이에요. 20년 넘게 음악을 하다 보니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물론 내가 잘못한 거라면 바로 인정하고 사과해야죠."
-윤종신 씨를 따라 월별로 음원을 내는 후배들이 늘고 있어요. "꼭 월별이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패턴을 발견해 실천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축제같이 하는 건 별로예요. 매번 하는 일인데 지금 떠오르는 걸 왜 나중에 하나요."
-과거에 집착하는 편인가요. "지난 건 잊는 스타일이에요. 앞으로 생겨날 일에 대한 관심도가 더 커요. 그게 생산적인 것 같아요. 지금도 감정이 계속 생기잖아요. '월간 윤종신'이 좋은 게 생각나는 대로 노래를 끄적이며 만들 수 있어 좋아요. 휴대전화 메모장에 떠오르는 게 있으면 매번 적어둬요."
-미스틱이 추구하는 이상향은 무엇인가요. "4년 정도 시행착오하고 느낀 건 내가 용인하는 컬러대로 가야 한다는 거였어요. 내가 처음 봤던 아이들의 개성을 잃으면 안 된다는 거죠. 그래서 회사 자체 내에 트렌드를 분석하지 말라고 해요. 미스틱은 우리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서 우기는 쪽에 가까워요. 얼마나 잘 우기는지를 보는 거죠. 문화를 만드는 회사는 우리가 잘 만드는 걸 만들고 좋다고 믿어야 해요. 대중의 눈치를 보면서 대중이 원하는 걸 만드는 회사가 80%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오래 버티지 못할 거예요."
-SM엔터테인먼트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 중이에요. "(이)수만이 형이 이미 오랜 시간 지켜 봤더라고요. SM은 진짜 인프라가 많아요. 보면서 정말 놀랐어요.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더라고요. 투자를 받으려고 찾아갔던 건데 솔직히 잘 될지는 몰랐어요. 툭 던졌는데 된 거죠. SM과 생각하는 이상향이 딱 맞아 떨어졌어요."
-어떤 이상향이었나요. "독자적인 섬을 추구하는데 SM도 섬이 되고 싶어하더라고요. 포털사이트 영향력에 흔들리지 않고 가는 거죠. 포털사이트가 홍보에 효과적인 걸 알지만 그쪽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그쪽이 외면하지 못하는 걸 만들어야 진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슈퍼 갑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1등의 점유율이 너무 높으면 안 되고 1등이 한 40% 정도 차지한다면 2등이 30%, 나머지 30%를 중소기업들이 나눠 가져야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신문은 다들 취향대로 보지 않나요. 결국은 유저들의 주관이 중요해요."
-탈차트를 지향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인가요. "갑들이 존재하니 우린 '차트 안 볼게'를 지향하는 거죠. 우리가 필요한 절대 수만 있으면 되거든요. 박재정, 장재인 같은 경우 2000명 관객을 목표로 콘서트를 준비해요. 그렇게 목표치만 채워서 최소한으로 돌아가는 회사를 만들면 돼요. 갑의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이 SM과 딱 맞았던 거죠."
-'팬텀싱어'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합류했어요. "'팬텀싱어'와 같은 장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출연 제의가 와서 출연하게 됐어요. '디렉터스컷'을 김형중 PD랑 같이했었거든요. 그때 참 잘 맞기도 했고요."
-첫방송부터 시청률 3%를 넘었어요.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가 됐어요. 참가자들의 수준 차가 적어요. 앞으로 참가자의 대중적 매력이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를 꼽는다면요. "개개인의 기능보다 결국은 4인조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가 중점인 대회에요. 노래자랑과는 다르죠. 조합과 하모니, 앙상블 그리고 장르를 넘어선 해석력이 관전 포인트에요. 그 해석은 감동과 위로, 매력으로 얼마나 잘 이어지느냐죠." -'팬텀싱어'를 통해 베테랑도 배우는 점이 있나요. "클래식 플레이어들의 소리 내는 방법이나 뮤지컬 싱어들의 연기를 통한 가창을 통해 많은 걸 배워요. 내 장르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테크닉과 자기 연출을 통한 매력들을 많이 보고 배울 수 있거든요."
-'팬텀싱어'의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은요. "출연 이후 관리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출연한 사람을 스타로 만들고, 연예계로 데리고 와야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웃풋이 결국 스타잖아요. 정확하게 말하면 크로스오버라는 장르가 지속 가능하게 가기 위해선 스타가 나와야 해요. 그리고 이탈리아 곡의 비중이 높은데 가요가 더 많았으면 해요. 외국에 그런 팀이 넘치는데 우리만의 색채를 가진 팀을 키워야 하잖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이 계속 생존할 수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기본적으로 경쟁과 생존이라는 아주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다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루키 발굴엔 이만한 게 없을 듯 싶어요."
-'팬텀싱어1'의 손태진·박상돈과 미스틱이 정식 계약을 했어요. "클래식을 했던 아이들인데 되게 괜찮아요. 실력도 좋고요. 상돈이랑 태진이를 데리고 올 때 '클래식은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대신 미스틱에선 다른 방향으로 두 사람을 키워줄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