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맥도날드(이하 맥도날드)가 안팎으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일명 '햄버거병' 논란에 식중독균까지 검출되면서 맥도날드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소비자들의 의심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알바노조와의 임금 협상이 난항에 빠졌고 매각 작업도 표류 중이다. 맥도날드가 국내 진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조주연 대표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건강한 햄버거' 어디로…소비자 불신 업↑
20일 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국내 진출 3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우선 먹거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안전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지난 7월 맥도날드는 자사의 햄버거를 먹고 '햄버거병'이라고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렸다는 소비자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지난해 9월 A(4)양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해피밀 세트를 먹은 뒤 HUS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희귀병으로 덜 익은 햄버거 패티를 섭취할 경우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입원 2개월 이후 퇴원했지만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현재 추가 고소까지 이어지며 피해자는 5명으로 늘었다.
검찰은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담당한 형사 2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중독균도 발견됐다.
지난 7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햄버거에 대해 위생 상태 조사를 진행했는데, 맥도날드 불고기버거에서만 식중독 유발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기준치의 3배 이상 초과해서 검출됐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안전성 문제는 '건강'을 키워드로 내세운 조주연 대표의 취임 이후 발생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3월 맥도날드의 대표에 취임했다. 맥도날드 대표로 한국인이자 여성이 취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 대표는 취임 이후 '건강한 햄버거'에 방점을 뒀다. 이를 위해 프리미엄 수제버거인 시그니처 버거를 승부수로 내놨다.
조 대표는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도 햄버거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2013년 주부들에게 맥도날드 주방을 공개하는 '내셔널 오픈데이 캠페인'을 기획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맥도날드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조 대표가 내세운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위기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서 소비자의 공분을 자초했다.
맥도날드는 소비자원의 식중독균 검출 발표를 막으려고 법원에 발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소비자원의 손을 들어줬고 기처분 신청 과정에서 조사 결과가 알려지기까지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면 됐을 텐데 이를 스스로 문제 삼으면서 오히려 더 큰 비난을 자초했다"며 "업계에서는 조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위기 상황을 벗어날 묘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디저트 메뉴에서 지난해 한정 판매했던 애플파이와 일본에서만 판매되는 초콜릿파이를 내놓고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주요 메뉴인 햄버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떨쳐지지 않고 있다.
알바노조와의 임금 협상·매각 추진도 난항
조 대표는 아르바이트생들과의 임금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최근 맥도날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알바노조와 첫 단체교섭에 들어갔다. 지난 2014년 알바노조가 대화를 요구한 지 약 4년 만의 일이다. 알바노조는 지난 4월 맥도날드와의 교섭대표 노조 지위를 얻었다.
알바노조는 기본 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 단체주문 및 이벤트 시 추가 수당 1.5배 지급, 휴게시간 유급화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첫 교섭 장소에 조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고 노사 간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조 대표가 단체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맥도날드 한국지사의 매각도 2년간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4월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당시 인수협상자로 CJ그룹·KG그룹·매일유업 등이 거론됐지만 결국 인수가격 등에서 견해를 좁히지 못하고 모두 불발됐다. 맥도날드 측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인수자를 찾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대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